독서일기(기타)

술의 여행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0. 12. 10. 21:47

허시명 <술의 여행>을 읽었다. 오랜 친구 양기식 선생으로부터 선물 받았다. 친구는 내게 책을 보내면서 주자 근사록을 인용하며 '禮와 樂, 가슴에는 음률을, 몸에는 절도를. 시내에 나와 불현듯 보고 싶었다'는 쪽지를 보내왔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국문학과를 나와 여행작가이자 술 평론가, 막걸리학교 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은 국내와 일본에 술을 찾아 다닌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재미 있게 읽은 구절은 다음과 같다.

 

왕건은 고창  전투의 승리에 기여한 김선평, 권행, 장길을 큰 스승으로 모셔 삼태사라 부르고, 각기 賜姓하여 안동 김씨, 안동 권씨, 안동 장씨의 가문을 열게 했다. 그리고 고창군을 부로 승격시키고 동국을 평안하게 하였다고 하여 안동이라 고쳐 부르게 했다.  

 

갈까? 말까? 고민되는 순간이면 가는 쪽을 택한다. 인생은 나아가는 만큼 사는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참으로 술맛이란 입술을 적시는 데 있다.....술의 정취는 살짝 취하는 데 있다. 저 얼굴빛이 주귀와 같고 구토를 해대고 잠에 곯아떨어지는 자들이야 무슨 정취가 있겠느냐? (정약용)

 

석포에서 내수전까지, 내수전에서 석포까지 가는 오솔길은 울릉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다.

 

지초는 물 묻은 손으로 잡으면 손 끝이 금세 붉어질 정도로 색감이 좋은 염료다. 진도홍주의 붉은 색은 이 지초에서 나오는 것이다.

 

감미료의 차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희석식 소주 맛의 차이는 그 정도밖에 안 된다.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은 개성 있는 맛이 아니라 애향심이나 익숙해진 습관에 따라 술을 선택한다.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로 담으려 했던 게 바로 우리 술입니다.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는 세계 명품의 반열에 들었는데, 그 안에 살던 존재는 온데간데없습니다.

 

세계에 나가면 비즈니스 차원에서 최고 레스토랑에 가 최고 음식, 차, 술을 맛보는데, 그중에서 가장 비싼 음식이 술입니다.

 

광주요 조태권 회장은, 가업으로 이어받은 광주요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우리 음식 문화를 세계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 혼자서만 하겠다고 나서면 갈 길이 멀다. 일본 청주가 세계 명주의 반열에 오른 것도 양조장이 모여 있고, 양조장 사람들끼리 수평적인 교류를 유지했기에 가능했다.

 

일본주도는 0을 기준으로 마이너스 쪽은 단맛이 강하고, 플러스 쪽은 달지 않은 맛이 강하다.

 

일본 양조업계는 서로 고도의 기술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모두가 우등생이 되었고, 그 때문에 서로 차별화가 되지 않는게 문제이긴 합니다.

 

산신이나 성현, 조상을 위해 차려진 제사상의 제물 중에서 움직이는 것은 오로지 술 뿐입니다......신과 인간이 하나 되는 의식이 술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누룩이 가장 좋아하는 온도가 인간의 체온이라고 하니 재미 있는 사실이다.

 

술에 이런 깊이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소개된 술 중에는 진도홍주를 한번 마시고 싶다. 판사가 되면 술 한잔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도 힘들다. 어쩌랴 내가 선택한 길인 것을......

 

       2010. 12. 10.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