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단상

병원에서 절감한 비폭력대화법

자작나무의숲 2010. 6. 12. 11:33

오늘 정기검진이 있어 어느 병원에 갔다. 진료를 기다리고 있던 중에 어떤 환자가 불만을 터트렸다.

"8시 반부터 기다리고 있는데, 9시 45분이 지나도 진료를 안 해주냐. 출근해야 한다. 진료예약을

안 지키면 다른 병원으로 옮기겠다"

 

이에 간호사는 다음과 같이 답변하였다.

"진료예약은 9시 반인데, 환자분이 한 시간 일찍 오신 거잖아요. 의사는 입원환자 회진을 마치고 외래환자

진료를 보는데, 회진이 늦어지면 외래환자 진료가 늦어질 수도 있다. 다른 병원에 가도 그러한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 뒤에도 환자와 간호사 간에 위와 같은 취지의 고성이 2-3회 오고 갔다.

 

<비폭력대화>라는 책를 읽은 뒤라 두 사람의 대화를 분석하게 되었다.

우선 환자는 병원에, 진료예약 시간이 지난 점과 자신에게 급한 사정이 있음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욕구를 드러냈다. 그런데 간호사는 이러한 욕구에 대하여 공감을 표시하하지 않고, 병원의 입장을 변명하는 데만 급급하였으며, 진료예약시간보다 일찍 온 환자에게 은근히 책임을 넘기는 듯한 발언을 하였다. 그런데 이 간호사가 다른 환자에게 대하는 태도를 보면 평소 불친절한 간호사는 아닌 것 같았고 단지 대화법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비폭력대화법을 적용하면 간호사는 다음과 같이 답변하면 더 좋았을 것 같았다.

"진료예약 시간이 9시 반인데, 15분을 넘겨 죄송하다. 입원환자 회진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 의사가 오는 대로

가장 먼저 당신이 진료를 볼 수 있도록 해드리겠다."(그 환자는 예약순서가 가장 먼저였으므로)

이 정도면 환자가 진료에약 시간 1시간 전에 온 점을 은근히 주지하면서, 병원의 사정에 대한 이해도 구하고,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도 말하는 셈이 되지 않을까?

 

일상의 대화에서 소통이 잘 되려면, 상대방의 입장에 공감을 먼저 표시하고, 의견을 달리하는 부분을 말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상대방의 잘못만 부각하는 방법은 효과적이지 못한 것 같다. 즉 'Yes, But'이 'Not, Because'보다 낫다. 

 

10시 쯤 내 차례가 되어 의사를 만나니, 검진 결과가 매우 좋다고 하면서 진료가 늦었다며 양해를 구하였다. 사실  나는 진료예약시간이 10시인데도 30분 일찍 온 거라서 의사가 늦은 것도 아니었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참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법정에서 재판을 할 때 대화방법이 위의 간호사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다만, <비폭력대화>라는 책도 읽고 대화법을 고치려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으며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말만 덧붙인다.

 

돌아 오는 차 안에서 안치환의 4집 중 '너를 사랑하는 이유'를 듣던 중, 아무런 이유 없이 평생 스승으로 모시고 있는 진주의 김장하 선생(김장하 선생에 대한 소개는 이 블로그에 있는 다른 글 참조)이 떠올랐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남들이 볼까봐 바로 눈물을 훔쳤다. 여러분도 같이 들어 보시라고 600원을 들여 배경음악으로 깔았다.

'너의 시대-ㄴ 이미 흘러갔다고 누가 말해도 난 널보며 살아 있음을 느껴 너의 길이 비록 환상일지라도 그 속에서 너는 무한한 자유를 느낄거야. 포기하지마 너를 사랑하는 이유는 바로 그 믿음 때문에..바로 그 믿음 때문에.. 

 

                2010. 6. 12. 부산에서 자작나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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