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정치사회)

<불확실한 세상>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0. 5. 3. 21:55

박성민 외 9인이 쓴 <불확실한 세상>을 읽었다. 저자는 박성민, 조효제, 박종현, 최정규, 노명우, 이창익, 박상표, 강양구, 김재영, 김명진이다. 이들은 정치, 시민사회, 경제, 문화, 종교, 보건, 물리철학, 과학 전문가들이다. 이 책은 위기의 시대를 좌우할 열쇠말 '불확실성'에 대한 담론을 전개한다. 불확실성은 과학 분야도 예외가 아니라는 대목에서 뚜렷한 인상을 받았다.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은 다음과 같다.

 

불확실성의 문제는 결코 회피하는 것을 통해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자기가 갖고 있는 것을 사랑하면 행복하고 못 갖고 있는 것을 사랑하면 불행하다.

 

사실 행복은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보다는 무엇을 가지고 있지 못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행복과 불행은 자유와 구속에서 갈라진다.

 

한마디로 말해 정치란 '불확실'을 '확실'로 바꿔 대중들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도록 '가시 거리'를 길게 확보해 주는 기술이 것이다.

 

기술이 지배하는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모든 규범을 붕괴시킨다는 것이다.

 

인간은 어차피 사회를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다. 사회에 존재하는 권력 분포가 워낙 불평등하고, 사람들이 지닌 각자의 가치관이 워낙 다르기 때문이다.

 

안전 벨트를 한 운전자들이 사고가 나더라도 차창 밖으로 튕켜 나가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속도를 높이게 되며, 전반적인 위험 수준은 오히려 커진다(안전벨트의 역설)

 

리스크란 무엇이 일어날지 확정적으로는 알 수 없으나, 일어날 수 있는 상태는 알고 있고 그 확률 분포도 알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반면, 불확실성은 일어날 수 있는 상태는 알고 있으나, 그 확률 분포를 알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불확실성은 사람들의 협력에 기초한 공동행위를 통해서도 줄어들 수 있다. 보험이라는 제도를 통해 개인적 차원의 불확실성을 집단적 차원의 리스크로 바꾸어서 불확실한 미래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사람들은 삶의 안정성이 어느 정도 확보되었을 때 비로소 변화와 구조 조정, 나아가 혁신에 기꺼이 동의하고 이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존재이다.

 

시장에서 승자는 전부를 독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 때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기술 혹은 제품의 효율성이나 품질이 아니다. 최초에 아주 작은 우연이 승자를 결정할 수도 있고, 그렇게 결정된 승자는 전체 시장을 독식한다.

 

절대선인 진보는 불확실성을 통제하고 확실성을 확보할 때 실현될 수 있다.

 

근대의 인식론은 불확실성을 위험한 상황이라고 포장하지만, 불확실성은 질서나 안정이 결핍/결여되어 있는 '악'의 상태가 아니라 결정 내려지지 않은 열려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창조는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만들어진다. 이것이 아닌 다른 것, 현존하는 세계와는 다른 세계는 불확실성의 세게를 통과할 때만 비로소 만들어진다.

 

사진이 시간을 제거하는 기술이라면 영화는 시간을 저장하는 기술인 것이다.

 

실제로 기독교 성서를 마르틴 루터가 독일어로 번역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성서가 일반 대중이 읽을 수 있는 책이 되었다는 사실은 기독교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불확실성은 위험을 예방하는 유용한 무기가 될 수도 있지만, 위험을 은폐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

 

정부와 산업계는 과학적 근거주의에 입각한 유해성 입증의 원칙을 선호한다. 비판적 과학자와 시민 사회 진영은 사전 예방의 원칙에 근거한 무해성 입증을 요구한다.

 

삶을 지배하는 것은 지혜가 아니라 행운이다(키케로) / 인류의 역사에서 포르투나(행운)와 사피엔티아(지혜)는 언제나 서로 대립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존 루카스는 괴델의 정리를 기계론의 오류에 대한 증명으로 해석했다.즉, 인간의 지성은 기계로 설명될 수 없음을 증명한 셈이라는 것이다.

 

1992년에 윈은 위험 평가에 내재된 불확실성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라고 주장하면서, 이를 크게 위험, 불확실성, 무지, 미결정성의 네 종류로 나누었다.

 

시대를 통찰하는 데 유용한 도구를 제시한다. 일독을 권한다.

 

            2010. 5. 3.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