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솔로몬 왕의 판결

자작나무의숲 2009. 6. 9. 20:00

솔로몬 왕의 판결

1. 쟁점

   신대법관님의 법원장 재직시절 행위는, 재판권을 침해한 것인가? 사법행정권을 행사한 것인가? 신대법관님의 행위가 재판권의 침해에 해당한다면, 우리는 침묵할 것인가? ‘아니오’ 라고 말할 것인가? 입니다.

   이 문제를 판사들이 토론하지 말아야 할 어떠한 법적, 도덕적 근거도 없고, 오히려 판사들이야말로 이 문제를 토론하기에 적합하고, 토론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질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2. 판결로 말할 수 없는 것들

   사법연수원을 수료할 때 판사직을 선택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봤습니다. 저는 법률에 따라 검사동일체 원칙의 적용을 받는 검사보다는 헌법에 따라 재판의 독립을 보장받는 판사가 좋아 법원에 들어왔습니다. 재판의 독립은 사법부 존립의 필요조건이자 판사 자긍심의 원천입니다. 이 사태는 이점을 주목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느 판사님이 무죄판결을 선고하였고, 그 후 6일 만에  다른 법원으로 전보되었습니다. 다른 판사님이 법률신문에 이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취지의 글을 기고하였고 2일 만에 다른 법원으로 전보되었습니다. 어느 나라, 언제 적 일 같습니까? 대한민국에서 1985. 8. 26.부터 1985. 9. 4.까지 사이에 일어난 일입니다.

  1988. 6. 15. 소장 판사들이 대법원의 쇄신을 주장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였고, 당시 대법원장님이 물러나셨습니다. 이것이 이른바 제2차 사법파동입니다. 그 이후로 우리는 재판의 독립을 적어도 내부에서 침해하는 사례를 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때부터 20년이 지난 2008년 여름 그리고 가을에 어느 법원장님이, 형사단독 판사에게 구체적 사건에 관하여 보석사건을 신중하게 처리하라고 요구하고, 위헌법률심판제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판사들에게 현행 법률에 따라 신속하게 처리해달라고 독촉하고, 시국사건이라는 이유로 어느 판사에게 배당을 몰아주었다가 판사들의 항의를 받아 시정을 약속해놓고서 특정 판사들을 배당에서 제외하거나 특정 판사들에게만 배당하는 방법으로 임의배당을 하였습니다.

  우리는 역사가 후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절박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는 2차 사법파동에 참여했던 선배들의 고뇌와 결단으로 그동안 재판의 독립이라는 혜택을 누려온 만큼, 우리 후배들도 같은 환경에서 근무하도록 보장해 주어야 할 역사적 책무가 있습니다.


3. 존경의 힘

  저는 최근의 사태가 두 여인이 서로 아이의 어머니라고 우기며 솔로몬 왕에게 해결을 요청하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솔로몬 왕은 아이를 나누어 가지라고 판결하였고 그 결과, 아이를 포기함으로써 아이의 진짜 어머니임을 증명한 여인을 가려냈습니다. 저는 2009. 5. 13. 솔로몬 왕의 판결이 내려졌다고 생각합니다.

  법원을 둘로 나눌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법행정권이라고 생각하는 법원과, 재판권의 침해라고 생각하는 법원으로 나누어진다면, 법원이 헌법에서 부여받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법부는 분쟁을 해결하는 곳이지 분쟁을 만드는 곳이 아니라는 점까지 염두에 둔다면 더욱 그러합니다. 아이의 생명을 위하여 어머니임을 포기할 수 있는 사람, 그 여인이 아이의 진짜 어머니라고 생각합니다.

         

2009. 6. 9. 법원 게시판에 문형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