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성찰)

안대회의 '선비답게 산다는 것'을 읽으니

자작나무의숲 2009. 1. 29. 20:20

안대회의 '선비답게 산다는 것'을 읽었다. 저자는 명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다. 이 책은 주로 조선시대 선비들 특유의 모습과 흥미로운  사유의 자취를 찾아 온 저자의 결과물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선비의 모습은 스스로 묘지명을 쓴다든가 13년 동안 일기를 쓴다든가 벼슬에 나아가는 대신 예술품을 수집하는 일에 열을 올린다든가 자신에게 부치는 편지를 쓴다든가 다양하지만, 공부하고 사색하고 삶을 즐긴 점에서는 공통점을 찾을 수가 있다. 인상 깊게 읽었던 구절은 다음과 같다.

 

영고성쇠는 나와는 무관하네

무료할 거라곤 생각하지 말게

진정한 즐거움은 한가한 삶에 있나니

(榮췌不關予

勿謂我無聊

眞樂在閒居)

(영췌불관여

물위아무료

진락재한거)

-사재 김정국

 

지난해 금강산에 들어간 것은 세상을 가벼이 여겨서가 아니라 산을 좋아해서였고, 올해 금강산을 떠난 것은 관직을 얻고자 해서가 아니라 양식이 떨어졌기 때문이오. 지금 이 산에 머무는 것은 산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식량이 흔하기 때문이오......진흙탕에 뒹굴어도 몸을 더럽히지 않는 것이 결백한 행동이고, 먹을 것이 있다고 마구 달려드는 것은 비루한 짓이오. 내가 어디에 처해야 하겠소? 아무래도 才와 不才, 賢과 不賢, 智와 愚, 貴와 賤의 사이인가 보오.

(유몽인 )

그림을 알면 진정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진정 보게 되며, 보게 되면 소장하게 된다. 이런 사람은 그저 소장하는 사람과는 다르다.(유한준의 석농화원발)

 

산을 유람하는 것은 독서하는 것과 같다. 보지 못한 것을 보는 것도 좋지만 실은 충분히 익히고 또 익히는 데 핵심이 있다.

(어유봉의 동유기에서)

 

조선 후기에 중인 이하의 평민과 천민들이 모여 시회를 여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이러한 부류의 문인을 세상에서는 여항문인이라 했다.

 

등불이 방 안으로 들어오자

밤은 밖으로 나가네

(박엽)

 

정조 때의 저명한 학자이자 시인인 이덕무는 동심을 지키는 것이 시인의 본분이라며 어린이라면 누구나 좋은 시를 쓸 수 있다고 했다.

 

왜곡된 역사 기술을 바로 잡은 일(辨誣)이 주로 왕가와 관련된 사건에 집중된 것이 지금의 우리 입장에서는 사소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여 흥미를 반감시키지만 당시에는 무엇보다 중대한 문제였다.

 

그대가 나보다 먼저 태어나지 않고, 내가 그대보다 늦게 태어나지 않아 한 세상을 살게 되었지요......그대가 무인이 아니고 내가 농사꾼이 아니라 함께 선비가 되었지요(박지원의 편지 중에서)

 

지식과 정보의 편식은 고루함을 낳고, 고루함은 학문하는 사람의 적이다.

 

남의 나라에서 철학을 찾고 문학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렇다면 한반도를 살았던 선조들의 삶은 허깨비였던가? 조선 시대 선비들의 삶 속에서 사색과 실천의 출발점을 찾으면 어떨까? 우리 것에 관심 있는 분들께 일독을 권한다.

 

          2009. 1. 29.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