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역사)

에이미 추아의 '제국의 미래'를 읽으니

자작나무의숲 2009. 1. 18. 15:02

에이미 추아의 '제국의 미래'를 읽었다. 저자는 중국계 미국인 2세로서 하버드대학교에서 국제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예일대학교 법학 교수로 있다. 이 책은 미국의 대외정책이 불관용에서 관용으로 변화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현재 지위를 제국 즉, 권력을 장악한 문화와 인종이 문화적, 인종적으로 뚜렷이 구분되는 사람들에게 지배권을 미치고 있는 상태로 정의하고, 과거 역사에서 제국의 지위를 차지 했던 나라들의 성장과 몰락의 원인을 관용과 불관용에서 찾고, 미국이 미래에도 제국의 위상을 유지하려면 더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는 결론을 이끌어 낸다.

 

이 책에서 제국으로 평가한 나라 페르시아(아케메네스 왕조), 로마, 당나라, 몽골,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미국이다. 반면 제국에 이르지 못한 나라로 오스만, 명나라, 무굴제국, 독일과 일본을 들고 있으며, 중국, 유럽연합, 인도가 21세기 제국으로 될 수 있을지 가능성을 따져 보고 있다.

 

인상 깊은 대목은 다음과 같다.

 

모든 초강대국들에게 관용은 패권을 장악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불가결한 요소였다.

 

한 사회가 세계적인 차원에서 경쟁자들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인종, 종교, 배경을 따지지 않고 세계에서 손꼽히는 능력과 지혜를 갖춘 인재들을 끌어들이고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야만 한다......그들이 이런 일을 하는 과정에서 의지해온 것이 바로 관용이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관용은 인종, 종교, 민족, 언어 등 여러 면에서 이질적인 개인이나 집단이 그 사회에 참여하고 공존하면서 번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자유를 일컫는 것이다.

 

요컨대 이 책의 핵심적인 개념은 상대적인 관용이다.

 

2,500년간 역사상의 모든 초강대국은 하나같이 똑같은 두 가지 도전에 직면해왔다. 그 한 가지는 자국의 성장에 연료를 공급했던 관용을 유지하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자국의 지배를 받는 민족들에게 충성심, 아니면 하다못해 묵인이라고 확보할 수 있는 공통의 결속력을 형성하는 문제이다.

 

로마제국의 가장 흥미로운 면모는 사람들이 로마제국에 대해 매력을 느끼게 만들었다는 점이다......로마에 속한 다양한 민족들에게 로마는 '코무니스 파트리아' 즉 공동의 조국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사실 로마문명은 다른 어떤 문명보다도 우월한 것으로 간주되고있었다......로마 문화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은 바로 로마 시민권이라는 유혹이었다.

 

첫째 관용은 로마가 세계적인 대국으로 발전하고 팍스로마나를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요인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로마 땅에 뿌려진 궁극적인 붕괴의 씨앗이었다......둘째 불관용은 로마 쇠퇴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었지만, 제국의 분열을 재촉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작용했다. 

 

몽골족인 세계의 패권을 손에 넣고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잔혹함이 아니라 인종적, 종교적 관용에 있었다. 

 

부족을 초월한 십진제는 군대뿐만 아니라 몽골의 모든 사회조직의 구성 원칙이 되었다. 

 

네덜란드연방공화국이 50년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경제 각 분야에서 패권을 장악하는 데에는 이 이주민들이 엔진역할을 했다. 

 

스코틀랜드인들은 영국의 산업혁명을 추진한 원동력이기도 하다는 점이다.......한마디로 영국이 아일랜드를 상실한 것은 관용 정책의 실패 때문이었다. 

 

과거의 모든 초강대국들이 그랬듯이 미국이 강한 국력을 유지하고 있는 참된 비결은 인적 자원에 있다.......상업은 종교적 관용을 촉진하는 강력한 기폭제였다. 

 

애덤 스미스에 따르면, 규제가 없는 상품 시장의 경우처럼 종교 교파가 무수히 많으면 종교 지도자들 사이에 건전한 경쟁이 이루어져서 광신적인 태도는 줄어들고 절제하는 태도가 늘어날 터였다. 

 

미국을 기회의 땅으로 만든 주요한 요인은 상대적인 개방성과 다원주의였다.  

 

중국은 초강대국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은 세계 일류의 인재들을 끌어들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의해 세계를 제패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결정된다. 그러나 중국은 민족을 토대로 한 전형적인 비이민자 국가라는 점에서 그럴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섹켸적으로 유능하고 똑똑한 인재들을 확보하는 경쟁에서 나라들을 유인하는 유럽연합의 전력은 개인들을 유인하는 미국의 전략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모든 계층의 이민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고 선착순 혹은 추첨 방식의 이민 경로를 대폭적으로 열어놓아야 한다......미국에는 구글 인도 지사와 마이크로소프트 우크라이나 지사가 있다. 이들은 외국인 군단이나 21세기형 공무원의 역할을 담당한다.

 

풍부한 사례를 인용하며 일관된 주제의식을 유지한다. 자신이 중국계 미국인 2세로서 미국 관용정책의 산물임을 시인하면서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을 경고 하는 저자에게 진정성과 용기가 느껴진다. 일독을 권한다.

 

               2009. 1. 18.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