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책에대한 책)

정혜윤의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를 읽었다.

자작나무의숲 2008. 11. 27. 19:58

정혜윤의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를 읽었다. 정혜윤님은 '공지영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 '행복한 책 읽기' 등을 기획제작한 프로듀서다. 이 책은 저명인사 11명을 인터뷰하여 그들 인생에 뚜렷한 영향을 끼친 책들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저명인사는 진중권, 정이현, 공지영, 김탁환, 임순례, 은희경, 이진경, 변영주, 신경숙, 문소리, 박노자다. 그 끝에 정혜윤님이 좋아하는 책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인상 깊게 읽었던 구절은 다음과 같다.

 

들뢰즈는 99퍼센트 남의 말을 다시 한 것입니다. 그의 독창성은 바로 배치입니다.

 

진중권이 책을 읽는 이유는 감동을 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맥락 속에서 자기만의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려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관계 속에서만 인간이다'라는 입장은 정치적으로는 공동체주의를 옹호하게 되고 경제에서도 최소한의 복지에 대한 관심을 갖게 만들었으며 미학에서 출발한 진중권이 결국은 정치 시사에 대한 코멘트를 하게 만드는 단서가 되었다.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2권은 '나 혼자 꿈을 꾸면 그건 한갓 꿈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함께 꿈을 꾸면, 그것은 새로운 현실의 출발이다'라는 화가 훈데르트바서의 말로 문을 연다.

 

숭례문에 불이 난 다음 날 만난 우리는 최고의 책은 '하나의 문장이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헤어졌다.

 

당신은 무엇에 대해서 분노하십니까? 분노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소유했던 무엇인가를 잃을까봐....

 

엄마는 충분히 불행했음에도 변화하기가 두려웠단다. 왜냐하면 고통보다 더 두려운 것은 미지이기 때문이지(공지영).

 

오스카 와일드는 어떠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손 이외의 것으로는 파멸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인간의 잘못은 인간의 행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그렇게 되어버리는 데 있는 것'이란 걸 알아챈다.

 

나에게 일어나는 일은 타인에게도 일어나리라(오스카 와일드)

 

세상에는 어떤 사건도 순수하고 단순하지 않다. 내것, 또는 당신의 것이나 그의 것, 그녀의 것만으로만 구분할 수 있는 것도 없다(해럴드 블룸).

 

중요한 문제들은 결국 언제나 전 생애로 대답한다네(산도르 마라이)

 

어떠한 기쁨도 미리 준비하지 말라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 사이엔 문이 있다(윌리엄 블레이크).

 

우주는 인간을 위해 있는 것은 아니다. 우주의 본체에서 보면 소나기도 태풍도 홍수도 가뭄도 모두 자연현상일 뿐 거기에는 선도 악도 없다.

 

나는 인류를 사랑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내가 인류 전체를 사랑하면 할수록 특정한 사람들을 개인으로서 사랑하는 일은 적어진다는 사실이다......반면에 특정한 사람들을 혐오하면 할수록 인류 전체에 대한 사랑은 변함없이 뜨겁게 불타오른다(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중에서).

 

나는 확신이 없는 사람이니까 이미 예술가다.

 

아쿠타가와는 인생의 상처를 견디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동정과 익살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 생각에 맞아떨어지는 시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불행히도 안다. 때론 거짓말에 의지해서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진실도 있음을(아쿠타가와). 

 

인생은 낙장이 많은 책과 비슷하다. 한 권을 이뤘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어쨌든 한 권을 이룬다(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타자와의 소통이란 오스카 와일드식으로 말하면, "결국 우리의 삶이 아닌 서로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에 대한 긍정이 아닐까 싶다.

 

예수는 만인의 거울이다. 만인의 거울이란 의미는 만인은 예수를 본받으라는 뜻이 아니다. 다만 한 사람의 예수 안에서 만인이 그들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것은 스스로 적절한 순간에 태어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순간을 감지하는 것이다.

 

눈이 핑핑 도는 성교의 순간에 있어 모든 사람들은 동일한 사람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암송하고 있는 모든 사람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이다.

 

흥미로운 책이다. 다만, 워낙 많은 책들이 등장하다 보니 어려운 게 흠이다.

 

        2008. 11. 27. 부산에서 자작나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