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기

[스크랩] 도주는 범죄를 시인하는 것

자작나무의숲 2007. 12. 31. 19:46

[법원/검찰]김정부 의원 아내와 소크라테스의 관계는?

“소크라테스의 도주 거절 결백증명 위한 최종선택”

김훤주 기자 pole@idomin.com 2005년 08월 04일 목요일
“선고에 앞서 이런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창원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문형배 부장 판사)는 3일 오전 315호 대법정에서 정씨 사건에서 무죄와 유죄 부분을 구분해 밝힌 다음 성격 규정에 들어가기 앞서 난데없이 ‘독배를 마신 소크라테스’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청년을 타락시켰다는 혐의로 소크라테스가 사형 선고를 받은 일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친구 크리톤이 ‘간수를 매수해 놓았다’며 ‘달아나라’고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이를 거절하고 죽습니다.

이 때 남겼다는 ‘악법도 법이다’는 말을 두고 다수는 실정법에 복종해야 한다는 뜻이며 따라서 도주 권유를 뿌리친 소크라테스의 죽음에 대해 법적 안정성을 위한 순교라고 해석합니다.

하지만 다른 소수 주장도 있습니다. 소크라테스의 도주 거절은 ‘죽어 지옥에 갔을 때 그 쪽 지배자들 앞에서 결백을 증명하기 위한 선택’이고 이에는 당시 아테네 사회에서 도주란 고발 사실을 시인하는 것이라는 법감정이 반영돼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후자를 믿으며 같은 이유로 피고인에게 좋은 참고가 되리라 생각하고 들려드립니다.”

말하자면 변호인 변론을 통해 주장한 것처럼 떳떳하다면 법정에 나와 결백을 입증하면 그만이라는 얘기다.

재판부는 선고를 마친 뒤에도 방청석을 메운 김 의원 아내 관련자들에게 ‘부탁’을 남겼다. 정씨가 몸소 나오지는 않았지만 정씨에게 말을 전달할 심부름꾼은 있으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항간에는 남편 임기를 채우려고 불출석을 비롯한 갖가지 수단으로 재판을 지연시킨다는 얘기가 떠돕니다. 이 말이 진실이 아니라면 법정에 출석해 해명하기 바랍니다. 마산시민과 민주주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재판부는 정씨의 형량 산정과 관련, “이미 재판이 끝난 공범(하수인) 9명은 모두 실형을 살거나 집행유예형을 받았다”면서 “이 모두가 아내 정씨의 잘못에서 비롯된만큼 이들과 형평을 맞추기 위해 징역 2년으로 형량을 산정했다”고 밝혔다.

또 재판 불출석과 위헌법률 심판제청 신청·헌법소원 같이 여태껏 재판 지연 술책으로 여겨져 온 정씨의 행동도 양형에 반영됐다.

재판부는 “소송촉진법 등에 대한 헌법소원 제기나 재판 불출석이 정씨의 권리라면 이를 양형 요소로 잡는 것 또한 재판부의 권리로 인정돼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창원지방검찰청 공안부(남삼식 부장 검사) 강범구 검사는 지난달 8일 정씨의 불법 선거 자금 살포를 두고 ‘공명선거를 뿌리에서부터 뒤흔든 희대의 사건’이라며 징역 3년을 구형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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