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격(안도현)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鬱鬱蒼蒼)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보고서야 알았다.
(이 시를 읽으며 드는 생각은 다음과 같다.
촘촘하게, 여유도 없이 얽어매는 것이 강한 것 같아도, 오히려
개인의 공간은 살려두고, 개인에게 선택의 기회도 주고, 그러한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결합한 모임이 강고하다는 사실을.
모임이 없어지고 난 뒤 성찰적 시각에서 되돌아보니,
기초가 허약한 상태에서 모임은 오래갈 수 없다는 것을......
가정에서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강제할 것이 아니라. 구성원이
원하는 바를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공동체를 꾸려 나갈 때 오래
지속된다는 사실을......개인과 전체는 차이를 인정하면서 더 큰 하나로 통일되어야 한다는 점을.......2007. 11. 24. 부산에서 자작나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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