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성찰)

헬렌 켈러 자서전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07. 9. 15. 19:15

헬렌 켈러(Helen Adams Keller) 자서전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을 읽었다. 나는 원래 자서전을 좋아한다. '딸각발이의 일생' 이희승 자서전, 싱가포르 전 수상 이광요의 자서전, 간디 자서전이 그동안 감명 깊게 읽은 자서전이다. 자서전은 철학, 문학, 역사, 경영을 비롯한 모든 것이 한 사람의 일생에 녹아 있다는 점에서 즐겨 찾는 장르다.   

 

'이 책은 내일이면 듣지 못하게 될 사람처럼 음악과 새소리와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어보십시오.' '내일이면 눈이 멀게 될 사람처럼 이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보십시오'라는 헬렌 켈러의 말로 시작된다. 이 책은 Three days to see와 The story of my life를 완역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The story of my life는 헬렌켈러가 하버드 대학교 부설 래드클리프 대학에 입학한 뒤인 23살 때 출간된 책이다. 헬렌 켈러는 1937년 한국을 방문한 적도 있고 1964년 미국 최고 훈장인 자유의 메달을 받기도 하였다.

 

우선 '내가 만일 사흘 동안 세상을 볼 수 있게 된다면'은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한 저자가 사흘 동안 세상을 볼 수 있게 된다면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 놓았다.  

첫째 날에는 친절과 겸손과 우정으로 내 삶을 가치 있게 해 준 사람들을 보고 싶다. 그 중에서 어린 시절부터 바깥 세상을 활짝 열어준 앤 설리번 메이시 선생님을 우선 꼽았다. 첫째 날 오후, 오래도록 숲을 산책하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하려 한다.

둘째 날, 새벽같이 일어나 밤이 낮으로 바뀌는 그 전율 어린 기적을 바라보겠다.

이 날을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세상의 과거와 현재를 바라보는 일에 바치고 싶다. 박물관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찾을 생각이다. 저녁은 연극이나 영화를 보며 지내고 싶다.

셋째 날, 현실세계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구경하며 보낼까 한다.거대한 건축물 중 하나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꼭대기로 급히 올라가겠다. 마지막 날 저녁에 아주 신나는 공연이 한창인 극장으로 달려가야만 할 것 같다. 그래서 인간의 정신 속에 깃들어 있는 희극적인 요소를 감상하고 싶다.

 

내가 살아온 이야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 있다.

헬렌켈러는 1880년 6월 27일 앨라배마 주 북부의 소도시 터스컴비아에서 태어났다. 1882년 1월(만1살 남짓) 열병을 앓고 시력과 청력을 잃는다. 

 

'아는 것이야말로 사랑이요, 빛이요, 비전이라' 

일생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날이 있다면 바로 이날, 내가 앤 맨스필드 설리번 선생님을 만난 날이다. 무엇으로도 측량할 길 없으리만치 대조적인 우리 두 삶이 이렇게 연결되다니, 생각할수록 놀라움을 금할 길 없다. 1887년 3월 3일, 만 일곱 살을 꼭 석달 남겨놓은 때였다.

 

내가 사는 적막과 암흑의 세계에는 슬픔이니 애정이니 그런 감정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모든 사물은 이름을 갖고 있었으며 각각의 이름은 새로운 생각을 불러왔다.

 

사랑은 햇살이 비추기 전 끼어 있던 구름 같은 거란다......우리는 구름을 만질 수는 없단다. 그러나 비를 만질 수는 있지...... 사랑도 꼭 그렇단다. 손에 잡히지는 않지만 모든 것 위에 부어지는 그 달콤함만은 느낄 수 있지.

 

사물은 그 유용성으로 인하여 아름답다.

 

1890년 봄, 나는 비로소 말하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노랗게 물든 가을 나뭇잎이 여름이 가버린 자리를 다 채우고도 남을 만큼 아름답네요.

 

스티븐슨은 말했다. '그렇게 타고난 게 아니라면 결코 독창적일 수 없다'

 

보고 또 들으면 다 안 것인가. 다 설명한 것인가. 사랑이 무엇이며 종교란 무엇이고 또 선함이란 어떤 것인지 설명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이나 나이애가라, 이 대자연의 그러함을 설명하기 어려운 건 피차 마찬가지 아닐까

 

어느 곳을 보나 아름다웠고 뉴욕에 머문 9개월 동안 단 하루도 똑 같은 날, 똑같은 풍경이 없었다고할 정도로 날마다의 각기 다른 아름다움이 있었다.

 

나는 옛 로마의 현자가 남긴 '로마에서 추방되거들랑 로마 밖에서 살면 될 일이다'라는 말을 명심하고 있었다.

 

'아는 것이 힘이다' 아니 아는 것이야말로 행복이다. 폭넓고 깊이 있는 지식을 소유함으로써 무엇이 참된 목적이며 어떤 것이 보다 가치 있는 것인지 분별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신들은 왜 그들이 악행을 일삼기 전에 막지 않고 그냥 놔두었다가 죄를 저지른 다음에야 처벌하는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성서는 내게 깊은 위안을 준다.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하다'

 

독일인은 삶에서뿐만아니라 문학에서도 아름다움보다는 힘을, 인습보다는 진리를 더 우위에 두었다.

 

세상만사 어느 것 하나 놀랍지 않은 것이 없다. 비록 어둠과 침묵 속에서 만난 것이라 할지라도 분명 그러하다.

 

그래서 나는 다른 이의 눈 속에서 든 빛을 나의 해로, 다른 이의 귀에 들린 음악을 나의 교향곡으로, 다른 이의 입술에 떠오른 미소를 나의 행복으로 삼으려고 노력한다.  

 

책을 덮으려니 헬렌켈러의 다음과 같은 말이 가슴에 내려 앉는다.

'들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아는 사람은 귀머거리뿐입니다.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채로운 축복을 누릴 수 있는지는 소경밖에 모릅니다'......'누구나 막 성년이 되었을 즈음 며칠 동안만이라도 소경이나 귀머거리가 되는 경험을 해볼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축복일 수 있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내일 갑자기 장님이 될 사람처럼 여러분의 눈을 사용하십시오.

 

2007. 9. 15. 부산에서 문형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