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추천)

쇼펜하우어의 '생존과 허무'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07. 8. 1. 20:52

쇼펜하우어의 인생론 '생존과 허무'를 읽었다. 쇼펜하우어에게 인생은 마치 시계추처럼 고뇌와 권태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인간 세계 전체를 돌아보면, 우리는 숨 돌릴 틈도 없는 생존 경쟁의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시간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는 위협적인 수많은 위험과 재난에 전심전력을 다해 대항하는 맹렬한 격투의 모습 말이다. 그 다음에는 모든 악전 고투에 따르는 보상 즉, 생존이나 생활에서 고통이 사라진 순간이 잠시 찾아온다. 하지만 이는 곧 권태의 습격을 받게 되고 우리는 순식간에 새로운 곤궁에 빠지게 된다."는 쇼펜하우어의 표현에 그의 인생론이 압축되어 있다.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모든 살아 있는 존재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바로 생존을 갈구하는 마음이다. 그런데 막상 생존이 확보되면, 그들은 자신의 생존을 어떻게 영위해나가야 할지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을 움직이는 제2의 원동력은 결국 지루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이다. 

 

이 책은 인간과 삶, 행복과 사랑, 사색과 학문, 자신과 처세, 명예와 명성 5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인상 깊게 읽었던 대목은 다음과 같다.

 

모든 불행과 괴로움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은 자신보다 더욱 비참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일이다.

 

인간의 운명에 차이를 가져오는 근본적 요소를 다음과 같이 구분했다.

(1) 참된 자아 : 넓은 의미의 인격. 건강, 체격, 체력, 용모, 성격, 품성 및 여러 가지 이성과 지혜 등을 포함

(2) 물질적 자아 : 모든 소유물

(3) 사회적 자아 :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치는 자아 즉, 다른 사람의 머릿속에 길들어 있는 자아로서 자신의 명예, 지위, 명성 등을 포함

 

인간의 참된 자아로서의 인격은 확고부동하며 모든 경우에 한결같이 영향을 미친다. 그것은 물질적 자아나 사회적 자아와는 달라서 운명의 손에 달려 있지 아않을 뿐 아니라 남에게 빼앗길 염려도 없다. 따라서 평생의 행복에 있어서 가장 근본적인 요소는 우리의 참된 자아, 즉 인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대는 그대 자신을 벗어날 수 없다......평생을 살기 위해 운명이 짝지어준 나를 시간도 건드릴 수 없다.' (괴테)

 

비천함은

한탄할 것이 못 된다.

누가 너에게 그것을 일러주더라도

그것이야말로 강점인 것이다. (괴테)

 

사색은 임의로 불러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인간의 행위는 세 가지의 근본 원천에서 비롯된다.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심, 타인의 손해를 바라는 배타심, 타인의 복리를 원하는 동정심 등이 바로 그것이다......인간의 이기심처럼 큰 것은 없다. 우주도 그것을 다 포장할 수 없을 정도다.

 

최고의 정신을 소유한 사람은 절대로 전문 분야의 학자가 아니다.

 

중요한 책은 반드시 연속해서 두 번은 읽어야 한다.

 

어떤 일에 대해 권리를 가진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으면 그것을 해도 괜찮다는 의미다.

 

국가가 필요한 이유는 인간의 不正때문이다. 즉, 인간이 부정한 일을 하지 않는다면 국가는 필요 없어지며, 또한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없어질 것이다.

 

노예나 프롤레타리아라는 이름하에서 대다수의 사람에게 무거운 짐이 지워지기 때문에 재난이 생기고 있다. 이 재난의 원인은 바로 사치다.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행복은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는 사람에게만 있다"는 명언을 명심해야 한다.

 

부자연스러운 것은 다 불완전하다(나폴레옹)

 

현재는 거룩하고 커다란 힘이다(괴테)

 

지혜로운 사람의 이야기를 바보에게 들려주면 귓속에서 잠들어버린다(햄릿의 대사 중에서)/ 커다란 돌멩이도 깊은 연못에 던지면 파문을 일으킬 수 없는 법이다(괴테)

 

모든 제한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즉, 우리가 활동하고 접촉하는 범위가 좁으면 좁을수록 우리는 그만큼 행복해진다.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있는 것이 허락되는 시간은 오로지 혼자 있을 때뿐이다. 따라서 고독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자유도 사랑하지 않는 셈이 된다.

 

쇼펜하우어는  이른바 염세주의 철학자다. 이 책을 읽다보면 진정 쇼펜하우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행복이란 얻을 수 없는 것이고 차라리 삶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삶에 헛된 기대를 품지 말고 현재 속에서 고독을 견디며 참된 자아를 찾아가다 보면 어쩌면 행복에 도달할지 모른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쇼펜하우어의 사색의 결과로 제시한 인생론에서, 당신의 사색을 시작해보시길......

 

              2007. 8. 1. 부산에서 문형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