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추천)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중에서

자작나무의숲 2007. 5. 19. 09:35

2년에 걸친 노력 끝에 1996. 6. 29. 완독한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방곤 번역, 범우사 발간, 전 5권) 중에서 인상이 깊었던 구절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폐하께서는 한 노인을 보고 계시옵고 저는 한 위인을 보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제각기 얻은 바가 있는 셈입니다.

 

부인과 어린애와 하인과 약자와 빈자와 무식자의 과오는 남편과 아버지와 강자와 부자와 학자 탓이다.

 

죄인은 죄를 범한 자가 아니라 그늘을 만든 자다.

 

천국을 위하여 땅을 희생함은 물에 비친 그림자를 보고 입에 문 먹이를 놓치는 격이오. 무한한 것에 속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일은 없지요.

 

폐습을 타파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오. 풍조를 변경하지 않으면 안되오. 풍차는 이제 없어졌지만, 바람은 아직 남아 있는 것이오.

 

우리는 위험스러운 싸움에만 쾌감을 느낀다. 그리고 여하한 경우에도 최초의 투사만이 최후의 격멸자로서의 권리를 가진다. 흥성한 때의 끈덕진 비난자가 아니었던 자는 몰락 앞에서 침묵을 지켜야 한다.

 

이 불행한 사건에 있어서 잘못은 자기 한 사람에게만 있었던 것인가? 첫째, 노동자인 자기에게 일거리가 없었고, 부지런한 자기에게 빵이 없었다는 것은 중대한 일이 아니었는가? 다음에, 죄를 저지르고 자백하기는 했지만, 형벌은 가혹하고 과도하지는 않은가?......속죄를 올려 놓은 저울 한쪽에 과중한 무게가 있지는 않았던가? 형벌의 과중도 죄악을 없애지 못하지는 않았던가?

 

확실히,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불행은 인간의 지성을 길러주는 법이다.

 

마들렌 아저씨는 누구든지 쓰고 있었다. 그의 요구는 단 한 가지뿐이었다. 즉, 정직한 사람이어야만 한다! 정직한 아가씨여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바다보다 굉장한 광경이 있으니, 그것은 하늘이요, 하늘보다도 더 굉장한 광경이 있으니, 그것은 인간의 마음속이다.

 

뭐! 어떤 놈인지도 모르는 도둑놈을, 틀림없이 못된 놈을, 좀 억울할지는 모르지만, 결국은 정당한 형벌에서 구출하기 위하여, 한 지방 전체가 파멸해야 한단 말인가! 한 불쌍한 여자가 병원에서, 한 가엾은 아이가 길바닥에서 죽어야만, 개새끼처럼 죽어야만 한단 말인가!

 

그는 운명을 향하여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네 멋대로는 못할 것이다'

 

보나파르트가 워털루의 승자가 된다는 것은 이미 19세기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았다...... 인류 문명에 있어서 이 한 사람의 과도한 무게는 평형을 깨뜨리고 있었다......넘어진 보나파르트는 서 있는 나폴레옹보다도 더 커 보였다.

 

이 책은 하나의 드라마로서, 첫번째의 주인공은 무한(無限)이다. 인간은 두번째 주인공이다.

 

절대적인 것은 실제적인 것이어야만 한다. 이상은 인간 정신에 있어서 호흡할 수 있고 마실 수 있고 먹을 수 있는 것이어야만 한다.

 

수도에의 생각은 대개의 경우 미모와는 반비례하는 것이므로, 미인보다는 박색이 더 요망된다. 그러므로 못 생긴 처녀를 훨씬 더 좋아하는 것이다.

 

불행처럼 어린아이를 침묵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

 

진주는 진흙 속에서도 녹지 않는다. 사람이 어릴 때에는 신도 그가 결백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감행할 것, 진보는 이것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다. 모든 장엄한 정복은 다소를 막론하고 대담의 대가였다.

 

무모한 짓은 역사를 빛내는 것으로서 인간 최대의 광휘의 하나다.

 

왕의 국민에의 헌법수여란 언어도단이다....권리는 완전해야만 권리인 것이다.

 

그것(빈곤)은 희한하고도 무시무시한 시련이어서, 약자는 거기서 비열해지고 강자는 거기서 숭고해진다.

 

거의 언제나 악독한 계모인 빈궁은 때로는 참다운 어머니가된다. 궁핍은 얼과 정신의 힘을 낳아준다. 궁핍은 자존심의 유모가 되고 불행은 큰 인물에게 좋은 젖이 된다.

 

채권자는 노예의 주인보다도 더 고약하다고까지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주인은 단지 남의 신체를 지배하지만, 빚쟁이는 남의 위엄을 지배하고 모욕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젊었을 때의 가난은 잘만 되면 훌륭한 것이어서, 인간의 온 의지를 노력으로 향해 주고 온 영혼을 희망으로 향해주는 것이다.

 

여자 속에는 남편에 대한 애정이 이제 재밖에는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나 세상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애정어린 칭호만은 살아 남아 있었다.

 

일을 중단한다는 것처럼 이 세상에 위험한 것은 없다. 그것은 하나의 습관을 잃음이다. 습관이란 잃기는 쉽지만, 도로 갖기란 어려운 것이다.

 

로베스피에르의 훌륭한 정의에 따르자면, 자유는 남의 자유가 시작하는 데서 끝난다.

 

지칠 줄 모르고 되풀이하거니와, 무엇보다도 먼저 도탄 속에 신음하는 군중을 생각하라.

 

한마디로 고통받는 자와 무지한 자들을 위해 보다 많은 광명과 보다 많은 안락을 사회기구로부터 끌어내게 하라.

 

강물에 역행이 없듯이 사상에도 이미 역행은 없다.

 

부분에 대한 전체의 전쟁은 반란이요, 전체에 대한 부분의 전쟁은  폭동이다.

 

사람이란 어리석게도 걱정하는가 하면 어리석게도 안심한다.

 

위험할 때는 제각기 제 생각밖에 안 하는 법이다.

 

'도시의 찌꺼기야말로 이 세상의 법이니라'는 신비한 말을 하면서 그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 사도들이며 순교자들이 나온 그 모든 빈민들이며 부랑자들이며 비참한 사람들에 대해서였다.

 

그날까지 자베르는, 나폴레옹의 두 가지 태도 가운데, 결심을 표시하는 태도밖에, 즉 가슴에 팔짱을 끼는 태도밖에 취한 일이 없었다. 주저를 표시하는 태도는, 즉 두 손을 뒤로 돌리는 태도는, 그가 모르는 바였다.

 

마리우스, 너는 남작이고 부자다. 이젠 변호사 같은 건 되지 말아다오, 부탁하니.

 

그것이 그녀(코제트)를 위한 것이 되었던 동안에는, 나는 거짓말을 할 수 있었소. 그러나 지금은 그것이 나를 위한 것이 될 테니, 나는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겠소. 하기야 그저 입을 다물고 있기만 한다면, 모든 것이 종전대로 계속되어 가겠지요. 무슨 까닭에 그런 말을 하느냐고 당신은 묻는데, 그것은 하나의 괴상한 것, 나의 양심 때문이오.

 

침묵이 거짓말이 되는 수가 있소.

 

진실은 모든 것이 아니면 안 됩니다. 당신께서는 모든 것을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레 미제라블이라는 제목은 '불쌍한 사람들'을 가리키기도 하고  동시에 악으로써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한심한 사람들'을 가리키기도 한다. 어릴 적 읽었던 장발장은 이 소설의 도입부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이 소설은 프랑스대혁명 이후 1820년대 프랑스 사회와 그 시대, 파리라는 도시와 그 사회에 대한 예리한 해부와 고찰로 엮여져 있다. 특히 파리의 하수도를 묘사한 광경에서는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은식기를 훔치다가  발각되어 달려온 헌병에게 연행되려는 찰나 '이 은촛대도 주었는데 왜 안가져갔소'라면서 그를 구해준 주교의 온정에 눈을 뜬 장 발장은 평생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며 참인간으로 태어나려고 노력한다. 몽뢰이유 쉬르 메르에서 마들렌이라는 이름으로 신분을 감추고 공장을 경영하여 시민들의 신망을 얻어 시장으로까지 선출되지만, 전혀 다른 사람이 장발장으로 지목되어 체포된 것을 알고 그는 명성과 부를 내던지고 자수한다. 

 

시장시절에 도와주었던 전직여직공이며 사생아의 양육을 위해 창부로 전락한 팡틴을 돕기 위해  그는 다시 탈옥한다. 

 

주막에서 노예처럼 혹사를 당하고 있는 팡틴의 딸 코제트를 구해 낸 장 발장은 다시 르블랑이라는 가명으로 파리에 은거하지만, 평생을 두고 장 발장을 추적하는 자베르 경감에게 쫓기어 어느 수녀원으로 뛰어들어 정원사로 일한다. 수녀원 교육을 끝낸 코제트를 데리고 포슐르방이라는 가명으로 평화롭고 행복한 날을 보내지만, 마리우스라는 법학도와 코제트 사이에 사랑이 싹튼다. 처음에 잘 발장은 괴로웠지만, 코제트의 행복을 위해 자기의 깊은 사랑을 희생한다.

 

공화파의 대반란에 가담하게 된 마리우스는 중상을 입는다. 오직 코제트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기 위해 마리우스가 있는 바리케이드에 갔다가 마침 폭도들에게 붙잡혀 사형을 기다리고 있는 자베르를 보고 잘 발장은 그의 처형을 자원한 다음 자베르를 으슥한 골목으로 끌고 간 풀어준다. 부상한 마리우스를 걸머지고 파리의 하수도로 들어간 장 발장은 절망의 도주를 한다. 센 강변의 하수구에서 시체 같은 것을 걸머지고 나온 장발장을 용서해준 자베르는 가치관의 전도와 자신의 삶의 모순을 극복할 길이 없어 센 강에 투신해서 자살한다. 

 

숨겨두었던 60만 프랑을 코제트의 결혼지참금으로 내 놓은 장 발장은 마리우스에게 자신의 정체와 코제트가 자기의 딸이 아니라는 것을 고백한다.  그의 고백은 결과적으로 마리우스에게 기쁨과 감동을 가져다 준다. 장 발장이 마들렌 씨고 자베르는 자살했으며, 하수도를 통해서 마리우스를 살려낸 것이 장 발장이라는 것을 알게 된 마리우스는 감격에 싸인 채 코제트와 함께 병석에 누운 장발장에게 달려가지만 그는 임종 직전 코제트에게 은촛대를 선물하고 숨을 거둔다. 

 

일독을 권한다. 5권을 다 읽고 난 뒤 당신의 삶이 그 이전과 같은 수는 없으리라).

 

2007. 5. 19. 부산에서 자작나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