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상속포기, 상속한정승인

자작나무의숲 2007. 7. 3. 20:26

이번 주 재판기록을 보면서, "아들 죽은 것도 서러운데, 아들 채무까지 상속해야 하다니 억울하고, 상속포기라는 제도가 있는 줄 몰랐다"는 내용의 서류를 읽고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법의 무지는 면책되지 않는다(법을 몰랐다고 책임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책임이 없다고도 말할 수 없고 참 난감합니다. 그래서 상속포기, 상속한정승인에 관하여 몇 가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늘 하는 말이지만 착한 사람부터 법을 알아야 합니다.

 

1. 상속인 순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할 경우 1순위 상속인은  어머니와 자식들입니다.

자식이 사망하였다고 할 경우 그에게 처와 자식이 있다면, 당연히 그들이 1순위 상속인이지만, 처도 자식도 없을 경우 부모가 2순위 상속인이 됩니다(아들이 처만 있고 자식이 없는 상태에서 사망하였을 경우 처와 부모가 공동 상속인이 됩니다). 따라서 자식 채무를 부모가 상속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자세한 것은 민법 제1000조에서 1004조까지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2. 빚도 상속됩니다.

아버지가 사망하였을 경우 아버지 재산만 상속되는 게 아니라, 아버지의 빚도 상속됩니다. 따라서 빚이 재산보다 많은 경우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3. 빚이 재산보다 많을 경우 상속포기신고를 해야 합니다.

아버지가 사망하였는데, 재산보다 빚이 많다고 하면 사망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상속포기신고를 하여야 합니다. 돌아가신 분의 최후주소지를 담당하는 법원에 상속포기신고를 해야 합니다. 다만,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의 경우 가정법원이 따로 있으므로,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이 돌아가신 분의 최후주소지일 경우 그 가정법원에 가서 해야 합니다(자세한 관할 구역은 대법원 홈페이지/종합법률정보/법령/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별표 참조).

상속포기를 할 때 주의할 점은 아버지가 사망하여 어머니와 자식들이 상속포기신고를 하면 그 빚은 그 다음으로 손자들에게 상속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상속포기를 할 경우 손자들도 같이 상속포기신고를 해야 합니다. 상속포기 신고서 양식은 대법원 홈페이지/전자민원센터에 가보십시오.

순차적으로 상속포기신고를 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래와 같이 상속한정승인신고를 하면 됩니다. 상속한정승인신고를 하면 상속인은 고정되고, 다만, 피상속인의 채권자들로부터 빚을 갚으라는 소송을 당하게 되고 판결이 선고되면 상속받은 재산 범위 내에서 절차에 따라 갚으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4. 뒤늦게 빚이 재산보다 많은 것을 알았으면 상속한정승인신고를 해야합니다.

상속포기신고는 피상속인이 사망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할 수 있고, 그 이후에 빚이 재산보다 많은 것을 알았다면, 돌아가신 분의 최후주소지를 담당하는 법원에 상속한정승인신고를 하여야 합니다(이 경우에는 상속포기신고를 할 수 없습니다).

상속한정승인신고는 재산 범위 내에서 빚을 갚겠다는 신고입니다. 따라서 재산목록을 첨부하여서 신고를 하여야 합니다. 이것 역시 재산보다 빚이 많다는 것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해야 합니다. 단, 상속한정승인은 상속인들에게 중과실이 없어야만 할 수 있으므로, 피상속인의 사망 이후 제3자로부터 피상속인의 빚을 갚으라는 통지가 올 경우 즉시 상속한정승인 신고 여부를 검토해야 합니다.

상속한정승인신고가 법원에서 수리된 경우 법원으로부터 그런 내용의 심판서를 받은 다음날부터 5일 내에 법원에 신청을 하여, 채권자 등에게 채권 등을 신고할 것을 공고하는 절차를 밟으면 좋습니다. 채권 등이 신고되면 한정승인신고를 한 상속인은 상속재산 범위 내에서 채권액의 비율로 변제를 하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니 말입니다. 본인이 하기 힘들 경우 법무사 사무실에서 도움을 받으시면 됩니다.

 

5. 바람

글 첫머리에 썼던 그분들도 상속포기신고 또는 상속한정승인신고만 제 때에 했더라면, 아들 빚을 갚을 필요가 없었을텐데, 그것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이제는 아들 빚을 갚아야 합니다. 억울한 일이지요.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그것이 법인데. 그러니 착한 사람들부터 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어쭙잖게 이러한 글을 계속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2007. 7. 2. 부산에서 문형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