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기

내일신문 인터뷰 내용

자작나무의숲 2007. 2. 19. 13:03
피고인, 삶에 대한 용기를 잃지 마세요”
‘희망의 책’ 선물하는 문형배 부장판사
2007-02-16 오후 2:17:09 게재

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된 청년은 재판장이 건네준 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재판과정에서 생모를 만나게 되자 재판장이 그에게 축하 선물을 건넨 것이다.
그를 감동시킨 재판장은 창원지법 제3부 형사부 문형배 부장판사다. 문 판사는 피고인이 아름다운 만남을 계기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라는 뜻에서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을 건넸다.
‘책 선물하는 판사’로 유명한 문 판사는 이외에도 꾸준히 피고인에게 책을 선물했다.
집행유예 중 본드흡입 혐의로 구속된 26세 청년을 재판하면서 실형 대신 직권 보석과 벌금형, 병원치료를 선고하고 <마시멜로이야기>라는 책을 선물했다.
한때 유혹에 빠지지 말고 삶을 포기하지 말라는 권유에서다.
처지를 비관해 가족과 살던 집에 불을 지르고 자살하려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가장과 카드빚 때문에 방화하고 자살을 시도한 30대에게는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를 건넸다.
문 판사는 지금까지 모두 15차례에 걸쳐 피고인에게 ‘희망의 책’을 선물했다.

◆‘의사소통하는 법원’ 의미 전달 = 문 판사가 책을 선물하는 이유는 국민에게 소통하는 법원의 의미를 전달하고 싶어서다.
그는 “내가 형을 세게 선고한다고 평이나 있어 우리 재판부로 배당되면 피고인들이 싫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러나 우리 재판부는 약자에게는 따뜻하다”고 말했다.
법관들의 이런 마음을 표현하고 누구든 자신을 성찰하는데 책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것이다.
법원의 변화와 책 선물과도 연관이 깊다. 그는 “공판중심주의는 피고와 재판관이 충분히 소통하여 잘 이해하고 재판하자는 것”이라며 “책을 통해 법원이 재판 당사자들과 소통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 판사는 책을 선물할 때 마다 진주에서 한약방을 운영중인 김장하 선생을 떠올린다.
그는 “김장하 선생은 100여 명에게 장학금을 주신 분이다. 나도 그분의 장학생”이라며 “김 선생은 가난한 사람에게 돈 안 받고 약을 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고 말했다.
‘사회적 약자에게 관대하라’는 김 선생의 부탁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책도 선물하게 됐다. 그는 “작은 노력이 사회의 선순환고리가 되길 바랄뿐”이라고 말했다.
◆화이트 칼라 범죄에는 엄중한 판결 = 그러나 문 판사가 항상 피고인에게 관대한 것은 아니다. 그는 연수원 시절 야학 교사를 했다. 대안학교 교사를 꿈꾸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소년범들에게는 최대한 관대한 판결을 내리고 있다.
반면 화이트칼라 범죄에는 엄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법원은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화이트칼라 양형기준을 마련해 사회적 특권층에는 엄격하고 공판중심주의를 채택해 국민에게 억울함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3년간 창원에 머물다 부산지법으로 발령을 받은 문형배 판사에 대해 창원 주민들은 “화이트칼라와 강자에게는 준엄한 재판관으로 사회적 약자들에겐 따뜻한 재판관으로 남을 것”이라고 전했다.

/창원 = 문진헌 기자 jhmu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