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기

KBS 창원 라디오 '생방송 경남' 인터뷰 내용

자작나무의숲 2007. 2. 12. 09:37
 

수신: 문형배 판사님...

발신: KBS창원 구성작가 윤명희  

-----------------------------------------------

  프로그램 : KBS 창원 제1라디오(FM 91.7 Mhz)

            생방송 경남 3부

  방송시간: 매주 월~ 금 오후 5:10~ 6:00

  P     D : 손윤희

  아나운서 : 노병무

  전화연결:  2월 9일 (금) 오후 5시 30분

  인터뷰시간 : 오후 5시 33분~ 41분 (8분간)


**

다음은 주요 질문내용입니다.

질문 내용을 읽어보시고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거나

추가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전화 주십시오.

인터뷰시간이 8분입니다.

질문에 대한 시간배분을 잘 하셔서

한 질문에 대해 지나치게 오래 답변하지 않도록

유의해주시고 8분을 맞춰주십시오.

한 질문당 1분전후로 답변하시면 됩니다.

질문은 순서가 바뀌거나 추가될수 있습니다.

답변을 글로 써놓고 주욱~~ 읽지 마시고,

자연스럽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ANN

자살을 하기 위해 방화를 시도한

한 피고인에게 관대한 선거를 한

창원지법의 부장판사가 전국적인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법정에서 자살이란 말을

열 번 반복하게 해서 거꾸로 살자라는

말을 유도해내고 또 피해자에게 직접

책선물을 하기도 했는데요,

화제의 창원지법 문형배 부장판사

전화연결해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1> 요즘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판사님 판결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 혹시 보셨습니까? ^^

(혹시 기사들을 읽어보셨는지.

보시고 어떤 느낌이었는지..전화가 많이 걸려오지는

않는지...)


읽어봤습니다. 전화나 메일도 몇 건 받았습니다. 창원대학교 구내서점에서 책을 5권 보내왔습니다. 좋은 일에 써라고.


2> 이번 판결의 어떤 부분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 걸까요?

(팍팍한사회. 자살이 늘고 있고..

희망을 주려고 한 시도가...아마도..)


살기 힘든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도 놀랬습니다.

제가 한 거라고는 책 1권 드리고, 말 몇 마디 한 거밖에 없는데 말입니다.


3> 지난 7일이었죠. 방화미수죄로

법정에 선 피고인에게 자살을 열 번 외치게 하고,

또 책을 선물했는데..피고인은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었습니까?

(피고인 상황...몇살의 어떤 직업의. 왜. 언제.

어떻게. 자살을 하려고 했는지..

그래서 불을 질렀는데...어떻게 됐는지...)


우선 피고인분께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피고인의 심정을 잘 모르는 제가 이러쿵 저러쿵 하는게 그 분에게 실례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피고인의 나이는 30대, 직업은 없었고, 자살하려고 묵고 있는 여인숙 방에 불을 질렀는데, 소방차가 사고 후 즉시 출동하여 불은 150만 원 정도 피해를 입히고 꺼졌습니다.


4>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자살을 열 번 외치게 해보자..

하는 생각은 어떻게 하셨습니까?


저는 판결 선고 하루 전날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공원에서 산책을 하면서 다음날 선고할 사건을 머리 속으로 그려봅니다. 그 때 자살을 거꾸로 하면 살자가 된다는 글을 본 것이 생각났습니다.


5> 책선물도 인상적인데...

어떤 책이었고, 책을 통해 피고인이

어떤 걸 느끼길 바라셨습니까?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란 책입니다.

몇 가지를 소개하면, 부모님 발 닦아드리기, 지금 가장 행복하다고 외쳐보기, 남을 돕는 즐거움 찾기....

사람들은 네잎클로버를 좋아하죠. 그것의 꽃말은 행운입니다. 그런데 세 잎 클로버의 꽃 말은 무엇인지 혹시 노선생님은 아십니까?

그것은 행복입니다. 지천으로 늘려 있는 세잎클로버처럼 행복은 평범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6> 피고인에게 책을 선물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죠? 이렇게 책선물을 하고 있는

이유가 있으실 것 같은데요.

(지금까지 어떤 책들을 선물했었고,

이렇게 책선물을 통해 피고인이 뭘 느끼길 바랬는지...)


처음으로 책을 선물하게 된 것이 피고인 중에 20년 만에 생모를 만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때 생모가 법정에서 피고인을 껴안으면서 이제 괜찮아 엄마가 있잖아 그런 말이 인상에 남습니다. 생모를 만났으니 이제 마음을 잡지 않겠는가 생각하고 집행유예를 하면서 생모 만남을 축하하는 선물로 책을 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선물한 책들은 내 인생에 힘이 되어 준 한마디,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마시멜로 이야기 등등.,

피고인이 뭘 느끼기를 바라는 없고, 그냥 힘들 때 주위에서 따뜻한 말 한마디 하면 힘이 나잖습니까? 그런 의미로.

사실 제가 군대에 있을 때 6개월 정도 입원을 했습니다. 제 생에 최초로 좌절을 겪었습니다. 그 때 제가 진해병원에서 입원하고 있었는데, 서울에서 면회와준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7> 결과적으로 이번 피고인에게

어떤 판결을 내리셨습니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해서 석방을 했습니다. 전문가에게 알코올중독치료 강의를 40시간 듣도록 하고, 보호관찰을 2년 동안 받게 했습니다.


8> 사실 판사님이 자주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선거사범이나 지도층 부정부패 등에 대해서는

단호한 판결을 내리고 사정이 딱한 사람에게는

관대한 선고를 하기 때문인데요.

판결을 내릴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떤 겁니까?


두가지 측면에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법원이 정의와 형평을 실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법원이 정의와 형평을 실현하고 있다고 국민이 믿는 것. 그것이 더 중요합니다.

지금 국민들은 법원에 대하여 이른바 유전무죄, 전관예우다 하며 불신의 눈을 보내고 있고 있습니다. 불신이 근거가 있든 없든 그 불신을 해소해애야 할 책임은 국민이 아니라 법원에 있습니다.

다음으로, 선거사범이나 지도층 부패범죄는 피해자가 국민 전부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뒤떨어지는 부분이 정치 및 공직 분야라는 것이 많은 분들의 생각입니다. 이 부문의 문제를 해소하여만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9> 창원지법은 전국 지방법원에서 처음으로

화이트칼라 범죄 양형기준을 마련해 눈길을 끌었는데..

양형기준에 따라 첫 실형선고를 내린 것도

부장판사님이었죠? 어떤 사례였습니까?


기업의 이사가 기업의 돈 약 23억 원 정도를 횡령한 것입니다.

피해자는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재판부도 실제로 피해회복이 된 것이 적다는 생각에 징역 3년 6월을 선고하고 23억 원 배상명령을 내렸습니다.


10> 지금 다른 지역도 화이트칼라 양형기준이

다 마련이 돼있나요?


전주지방법원이 만들어졌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비롯한 많은 법원이 현재 양형기준을 만드는 중에 있습니다.


11> 화이트칼라 양형기준이 갖는 의미랄까요,

어떤 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까?


우선 피고인 입장에서 보면, 어느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느냐에 따라 형이 달라지는 것을 줄여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판사 입장에서보면 자기의 기준이 과연 공평타당한 것인가를 검증할 수 있는 잣대가 생긴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양형기준을 만드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생각을 검토할 기회를 가진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12> 사실 아직도 법조계 브로커 문제나 판사들의 부정부패

사례로 법조계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데요.

이번 판결에 대한 네티즌들의 의견을

주욱 읽어보니까...앞으로도 공정하고, 또 약자를 위한

판결을 해달라는 바람들이 많았습니다.

판사님뿐 아니라 우리나라 법조계가 나아갈 방향이기도

하지 않겠습니까?

(법조계 불신을 떨치기 위해 나아가야할 방향은

어떤 거라고 생각하는지...)


저는 국민과 법원 사이에 소통이 잘 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저는 법원이 부족하지만, 국민들이 생각하는 만큼 불신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법원도 국민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과 법원 사이에 소통이 되어야 서로를 잘 이해하게 되고 고칠 것은 고치고, 이렇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공정한 판결, 기대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창원지법 문형배 부장판사와 말씀 나눴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