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실무

편취 또는 횡령한 금전에 의한 변제와 변제수령자의 부당이득 성립 여부

자작나무의숲 2007. 1. 27. 11:30
 

騙取 또는 橫領한 金錢에 의한 辨濟와

辨濟受領者의 不當利得 成立 與否

  -대법원 2003. 6. 13. 선고 2003다8862 판결- 

昌原地方法院 部長判事 文炯培

 

 

Ⅰ 事案과 判決

1. 事案의 槪要

  가. 원,피고들의 지위

     (1) 원고는 대한석탄공사법에 의하여 설립된 국영기업체로서 석탄광산의 개발을 촉진하고 석탄의 생산판매 및 그 부대사업을 운영하는 특수법인이다.

    (2) 피고 허oo은 원고의 총무처 경리부 소속의 출납담당과장(3급)으로 근무하다가 원고의 공금 14억 원을 횡령한 소외 손o희의 처이고, 피고 손oo은 손o희의 누나이며, 피고 공oo은 손o희의 오랜 친구이고, 피고 이흥문은 원고의 주거래 금융기관인 농협 여의도지점의 과장으로 재직하는 자로서 손o희와는 거래관계로 잘 알고 지내던 자이다.

  나. 피고들에 대한 송금 경위

     (1) 손o희는 원고의 경리부 출납담당과장으로서 각종 자금의 출납업무를 수행하여 오던 중 2000. 4. 11.부터 2000. 11. 30.까지 사이에 자신이 관리하고 있던 원고의 농협 여의도지점 3개 계좌 및 제일은행 여의도지점 2개 계좌에서 9차례에 걸쳐 공금 14억 원을 횡령한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2001. 2. 9. 서울지방법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2) 손o희는 2000. 10. 18. 자신이 관리하고 있던 원고의 위 제일은행 여의도지점 계좌에서 피고 허회경의 서울은행계좌로 금 56,200,000원을, 피고 손미선의 농협계좌로 금 94,950,000원을, 피고 공문성의 국민은행계좌로 금 83,200,000원을, 피고 이흥문의 농협계좌로 금 65,000,000원을 각 직접 계좌이체시키는 방법으로 타행송금하여 이를 횡령하였는데, 피고들에 대한 송금시 각 입금의뢰증에 송금의뢰인을 ‘대한석탄공사’로, 송금 받을 사람을 ‘동남상사’, ‘세방산업사’, ‘공화기업사’, ‘삼화주철‘로 기재하여 송금을 의뢰하였다.

     (3) 손o희는 송금 직후에 피고들에게 각 입금사실을 통보하여 주었는데, 피고 허회경에 대하여는 자신이 원고로부터 퇴직금 중간정산금을 받은 것이라고 하면서 그 보관을 위탁하는 명목으로 송금하고, 나머지 피고들에 대하여는 각 기존 채무금 변제의 명목으로 위 각 돈을 송금하였는데, 피고 손미선, 피고 공문성에 대하여는 대여금 반환조로, 피고 이흥문에 대하여는 투자금 반환조로 각 송금하였다. 

  다. 피고들의 처분 경위

     (1) 피고 허회경은 손진희로부터 송금받은 당일 남편인 손진희에게 “이 돈을 어떻게 할거냐”고 그 처분 용도를 문의한 다음, 손진희의 지시에 따라 당일 2회에 걸쳐 그 중 5,600만 원을 손진희의 예금계좌로 송금하고 그 이후 나머지 20만 원은 손진희에게 교부하였다.

     (2) 피고 손미선은 주식에 투자해 주겠다는 손진희의 권유에 따라 손진희로부터 송금받은 당일로 송금받은 돈 중 9,000만 원을 인출하여 손진희가 관리하던 위 피고 명의의 현대증권 주식계좌에 입금하였다가, 2000. 11. 29.경 위 계좌 잔액 58,236,000원을 인출하여 자신의 여러 채무를 변제하고 중고 자동차를 구입하는데 사용하였다.

     (3) 피고 공문성 역시 주식에 투자해 주겠다는 손진희의 권유에 따라 위 손진희로부터 송금받은 당일로 송금받은 돈 중 8,000만 원을 자기앞수표 1장으로 인출하여 손진희에게 교부하였고, 손진희는 그 후 위 피고에게 8,000만 원을 반환하였다.

     (4) 피고 이흥문은 2000. 11. 1.경 손진희로부터 송금받은 돈 중 5,000만원을 주식에 투자해 달라며 손진희에게 교부하였다가, 같은 달 30일 아들 명의의 통장으로 반환받았다.

2. 判決

  가. 제1심판결1)

       원고는 피고들에 대하여 주위적으로 부당이득금반환으로서, 에비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서 송금받은 액수 상당 돈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제1심판결은, 피고 허회경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고,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인용하였다.

  제1심판결은, 피고 허회경에 대하여, 원고의 돈 5,620만 원이 손진희의 횡령행위에 의하여 처인 피고 허회경의 예금계좌로 입금된 사실은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으나, 이로 인하여 피고 허회경이 위 돈 상당을 이득하였다고 하기 위해서는 위 피고가 일시적으로나마 위 돈을 영득할 의사로 취득하였다거나 손진희로부터 위 돈을 증여받는 등으로 위 돈에 관한 종국적인 처분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할 터인데, 일반적으로 남편이 처 명의의 통장에 돈을 입금하였다 하여 막바로 처가 입금된 돈에 관한 종국적인 관리 처분권을 가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을 이유로 주위적 청구를 기각하였고, 위 피고가 그의 통장으로 송금된 돈을 취득하였다고 볼 수 없는 이 사건에서 원고의 주장과 같은 사정만으로는 위 피고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손진희의 횡령행위에 가공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예비적 청구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제1심판결은, 나머지 피고들에 대하여, 무권리자의 처분행위에 의하여 동산이 아닌 금전을 취득하였다 하더라도 선의,무과실로 취득한 경우가 아닌 한 이를 이득한 자에게 계속 보유케 하는 것보다는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으로서 그 정당한 귀속자에게 반환케 하는 것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기초인 공평의 관념에 부합하고 무권리자의 처분으로 인한 동산 선의취득의 법리와도 균형이 맞는다고 할 것이다고 전제한 다음, 손진희가 위 피고들의 계좌번호를 사전에 문의하여 송금하였고 송금직후에 위 피고들에게 입금사실을 통보하여 주었던 점, 피고 손미선은 손진희의 누나이고, 피고 공문성은 손진희와 고등학교 동기동창으로서 차용증도 없이 수년간 수천만 원을 빌려 줄 수 있는 절친한 사이이며, 피고 이흥문은 원고가 당좌거래를 개설하여 손진희를 회계관계직원으로 신고까지 한 원고의 주거래 금융기관인 농협 여의도지점의 과장으로서 원고의 각종 자금의 출납을 담당하고 있던 손진희와는 평소 잘 알고 있던 자로서 차용증이나 계약서도 없이 손진희에게 수천만 원의 주식투자금을 맡길 정도로 손진희와 가까이 지내면서 손진희가 원고의 출납담당과장으로서 각종 자금의 출납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점, 손진희는 2000년 4월부터 시작하여 이미 7차례에 걸쳐 원고의 공금을 횡령하여 위 피고들에 대한 위 각 송금 전까지 횡령한 금액이 무려 7억 원에 이르고 있었던 점, 위 피고들은 당시 손진희가 이미 주식투자에 실패하여 많은 손해를 보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위 피고들에 대한 위 각 돈의 송금의뢰인이 손진희 개인 명의가 아닌 ‘대한석탄공사’로 되어 있었던 점, 앞서 채용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바와 같이 당시 주식시장이 침체상태에 있었음에도 위 피고들이 손진희의 주식거래내용을 확인하려는 시도도 하지 아니한 채 주식투자명목으로 입금 당일 또는 며칠 지나지 아니하여 입금된 돈 대부분을 인출하여 이를 다시 손진희에게 맡긴 점들을 종합하여 보면, 위 피고들에게는 최소한 무권리자의 처분행위를 알지 못한 데 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한 다음, 고 손미선, 공문성, 이흥문은 위 각 송금받은 돈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악의시점으로 간주되는 이 사건 소장 송달일 다음날부터의 이자를 가산한 금액을 부당이득금으로서 각 원고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라는 이유로, 위 피고들에 대한 주위적 청구를 받아들였다.

  나. 항소심판결2)

      이에 대하여 피고 손미선, 공문성, 이흥문이 항소를 제기하고, 원고가 피고 허회경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하였는데, 항소심은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피고 손미선, 공문성, 이흥문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고의 피고 손미선, 공문성, 이흥문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였다.

  항소심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내세웠다. 즉, ‘일반적으로 부당이득제도는 어떤 사람의 재산적 이득이 법률상 원인 또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경우에 법률이 공평의 관념에 근거하여 이득자에게 그 이득의 반환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이다. 그 취지에 비추어 볼 때, A가 B의 금전을 횡령 또는 편취하여 그 금전으로 자신의 채권자 C에 대한 채무를 변제한 경우, C가 A로부터 위 금전을 취득함에 있어서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C의 위 금전의 취득은 편취 또는 횡령 피해자인 B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법률상 원인이 없는 것이 되고, 따라서 부당이득으로 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러므로 피고들이 손진희로부터 송금받은 금전을 취득함에 있어 악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손진희가 원고의 금원을 횡령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사정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송금의뢰인 및 송금받는 자의 명의가 손진희 및 피고들의 실명이 아니라는 것을 가볍게 생각하고 확인을 해보지 아니한 점만으로는 피고들이 금원을 취득한 것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부당이득 주장은 이유가 없다.’

  ‘......피고들이 손진희의 횡령사실을 과실 없이 알지 못하고 송금된 금원을 인출하여 사용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고들에게 고의․과실이 없는 이상 피고들의 금원취득행위가 불법행위가 되지 아니하고, 또한 위 사실관계 하에서는 피고들의 행위가 원고의 횡령행위와 공동불법행위의 관계에 있지도 아니하므로, 원고의 예비적 주장도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다. 상고이유

      (1) 제1점 : 부당이득의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오해

         부당이득의 성립요건에 관한 제1심판결의 논리를 지지하면서 원심판결의 논리가 부당이득의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는 것이다.

      (2) 제2점 : 중과실에 관한 법리오해 및 채증법칙 위반

         주식시장의 장기침체로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이 엄청난 손해를 보고 있던 상황에서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을 피고들이 어느 날 갑자기 손진희로부터 수천만 원씩이나 되는 돈이 일시에, 그것도 송금인을 피고들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국영기업체인 “대한석탄공사”로 하여 입금되었다면 피고들로서는 적어도 그 돈이 손진희가 횡령한 돈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가졌을 것이고, 따라서 피고들이 원고공사에 전화 한 통화만 해보았더라면 입금된 돈이 손진희가 횡령한 돈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므로, 피고들이 한결같이 아무런 확인조차 아니한 채 입금 직후 곧바로 입금된 수천만 원이나 되는 돈을 모두 인출하여 손진희에게 주식투자명목으로 다시 돌려주었다면 이를 악의 또는 중과실로 평가할 수 있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아니하였다.

  라. 대법원판결3)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부당이득제도는 이득자의 재산상 이득이 법률상 원인을 결여하는 경우에 공평,정의의 이념에 근거하여 이득자에게 그 반환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인바, 채무자가 피해자로부터 횡령한 금전을 그대로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사용하는 경우 피해자의 손실과 채권자의 이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이 명백하고, 한편 채무자가 횡령한 금전으로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는 경우 채권자가 그 변제를 수령함에 있어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채권자의 금전 취득은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법률상 원인을 결여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나, 채권자가 그 변제를 수령함에 있어 단순히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변제는 유효하고 채권자의 금전 취득이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법률상 원인을 결여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변제를 수령함에 있어 과실만 있으면 채권자의 변제수령으로 인한 금전 취득이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법률상 원인을 결여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부당이득의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원심은, 피고 손미선은 손진희의 누나, 피고 공문성은 고등학교 동기동창으로서 절친한 친구, 피고 이흥문은 원고의 주거래 금융기관인 농협 여의도지점의 과장으로서 모두 원고에게 거액의 돈을 차용하여 준 자들로서 손진희가 원고의 출납담당 과장으로서 각종 자금의 출납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사실, 손진희는 주식투자의 실패 등으로 2000년 4월경부터 이미 7차례에 걸쳐 원고의 공금을 횡령하여 위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송금 이전에 횡령한 금액이 7억 원에 이르고 있었던 사실, 위 피고들에 대한 각 돈의 송금의뢰인이 손진희 개인 명의가 아닌 대한석탄공사로 되어 있었고, 송금 받는 사람도 위 피고들 명의가 아닌 상호명이 기재되어 있었는데도 위 피고들은 이에 대한 별다른 확인조치를 하지 아니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한편, 손진희는 주식투자 실패로 인하여 경제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있었음에도 부족한 금원을 원고의 공금을 몰래 횡령하는 방법으로 보충하면서 송금 당시를 비롯하여 그 전후로 위 피고들에게 어려운 경제사정을 계속 숨겨왔고, 위 피고들은 손진희로부터 송금받은 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주식에 투자하여 달라며 다시 손진희에게 맡긴 사실에 비추어 보면, 위 피고들이 손진희와 가까운 사이라는 것만으로 손진희가 원고의 금원을 횡령한 사실을 알았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고, 송금의뢰인 및 송금 받는 자의 명의가 손진희 및 위 피고들의 실명이 아니라는 점을 가볍게 생각하고 이를 확인하여 보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피고들이 위 금원을 송금 받아 취득한 것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4)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사실오인이나 중과실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3) 상고를 기각하였다.


Ⅱ 硏究

1. 問題提起

  금전은 상품교환의 매개물로서 가치의 척도, 지급의 방편, 재화 축적의 목적물로 삼기 위하여 금속이나 종이로 만들여져 사회에 유통되는 물건5)을 말한다. 그러나 모든 금전이 다같이 이러한 정의 내지 기능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대개는 일반적 교환수단으로서 또한 가치척도의 기준으로서 기능을 하는 경우지만, 단순히 물건으로서 취급을 받는데 지나지 않는 것도 있다. 통상 금전이라고 할 때는 가치의 표상으로서의 전자를 가리키지만, 封金,紀念貨幣 등과 같이 물건으로서의 금전은 후자에 속한다.6)

  가치의 표상으로서의 금전에 대한 소유권의 특성은 금전가치가 가지고 있는 고도의 대체성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고도의 대체성은 개성이 무시 몰각되어야 하고 교환수단으로서 주체의 一回限 사용에 이바지하는 전형적인 소비물이라는 내용이다. 이러한 금전소유권의 특수성에 의하여 다른 물건과는 민법 적용을 달리하고 있다.7)

  채무자가 피해자로부터 편취 또는 횡령한 돈으로 그 채권자 또는 제3자의 채권자에게 변제하였을 경우 변제수령자 또는 제3자의 부당이득이 성립하는지 여부를 둘러싸고 일본의 실무 및 학계에서는 꽤 오랫동안 치열하게 논쟁해왔다. 이 문제는 금전의 특수성에서 출발하여, 인과관계, 법률상 원인, 선의취득의 문제를 제기하며 발전해온 일본 실무,학계의 오랜 주제이다.

  이하에서는 이 문제를 먼저 제기한 일본 판례 및 학설의 변천 과정을 개관한 다음 쟁점별로 연구를 진행하기로 한다. 다만, 연구대상판결의 사안에서 피고들이 취득한 것이 금전이냐에 관하여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즉, 피고들이 취득한 것은 예금채권으로서 금전 그 자체는 아니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고 손미선, 공문성, 이흥문8)이 예금 중 상당 금액을  인출한 이 사건에서 예금채권과 금전을 구별할 실익이 적고, 위 피고들이 예금을 인출하지 아니한 부분도, 피고들이 예금을 사실상 처분가능한 지위에 있기 때문에 이를 지배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니,9) 금전을 수령한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으므로, 금전을 수령한 것으로 보고 이하 연구를 진행한다.

2. 日本 判例 및 學說의 變遷 過程

  가. 판례변천 과정

      불법취득한 금전으로 제3자의 채무를 변제한 유형(제3자수익형), 불법취득한 금전으로 자신의 채무를 변제한 유형(자기채무변제형), 이중편취형으로 나누어 고찰한다.10)

    (1) 불법취득한 금전으로 제3자의 채무를 변제한 사안유형

      ① 日大判 1919(大 8). 10. 20(民錄 25, 1890)

         M은 Y명의의 위조문서를 사용하여 Y를 대리할 권한이 없으면서 Y의 대리인 자격으로 X로부터 금전을 차용하여 이로써 Y의 Z에 대한 별도의 차용금채무를 변제하였다. 그런데 이 별개의 채무는 그 실질적인 차주가 M이었고 Y는 M의 의뢰를 받고 형식상으로 차주가 되었다는 사정이 있다. X의 Y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에 대하여, 大審院은 부당이득반환의무가 발생하려면 타인의 손실과 수익자의 이득 사이에 ‘직접의 인과관계’가 존재함을 요하는데, “중간의 사실이 개재”하여 타인의 손실이 이 사실에 기인하는 때에는 수익자는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X의 청구를 결론적으로 기각하였던 원심을 유지하였다.

      ② 日大判 1920(大 9). 5. 12(民錄 26, 652)

          M은 Y촌의 촌장으로서, Y를 대리할 권한 없이 Y의 이름으로 X로부터 금전을 차용하여 이로써 Y의 Z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였다. 大審院은 위의 판결을 인용하고, M이 사취한 금전을 일단 자기의 소유에 귀속시킨 후에 Y의 채무의 변제에 사용한 경우에는 중간사실이 개재하였으므로 X의 손실과 Y의 이득은 직접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이 사건 소비대차는 무효이고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금전은 여전히 X의 소유이므로 직접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위 판결은 금전이 혼화에 의하여 M의 소유가 된 경우는 별도라고 덧붙이면서, 원심은 그러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X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용하였다.

      ③ 日大判 1920(大 9). 11. 24(民錄 26, 1862)

         사안은 기본적으로 위와 유사하고, “대리권을 수여받은 일이 없는 M이 함부로 Y의 대리자격을 사칭하여 X로부터 금전을 차입하여 편취한 때에는, X는 Y와의 사이에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할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서, M에 대하여 그 금전을 대여하고 그로 하여금 그 소유권을 취득시킬 의사를 가졌던 것은 아니므로, Y가  X와 M사이의 행위를 추인하는 것이 아닌 한 그 소비대차는 무효이고 그 무효인 계약에 기하여 X로부터 M에 교부한 금전은 달리 특별한 사실이 없는 한 여전히 X에게 있다. ...그리고 위 X의 소유인 금전으로써 M이 Y가 제3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의 변제에 돌려 그 채무가 소멸되었다고 한다면 X가 입은 손실과 Y가 받은 이익은 직접 인과관계를 가진다고 할 것이므로, Y는 ...부당이득반환의 의무를 부담한다”고 한다. 그리고 채무의 소멸에 대하여는, “채무의 변제로서 타인의 물건을 인도한 때는 변제로서 그 효력이 없고, 이로 인하여 채무가 소멸되지 않음은 민법 제475조11)가 규정하는 취지에 비추어 명백하나, 채권자가 동법 제192조12)에 좇아 또는 취득시효로 인하여 변제로 수령한 물건의 소유권을 취득한 때에는 원 소유자에 대하여 그 물건의 반환을 할 필요가 없음과 동시에 변제자에 대하여도 역시 이를 반환할 것을 요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변제자는 다시 변제를 할 필요가 없으므로, 그 경우에는 채무는 유효한 변제로 인하여 소멸한다고 해함이 상당하다”고 한다.

    (2) 불법취득한 금전으로 자신의 채무를 변제한 사안유형

        ④ 日大判 1924(大 13). 7. 23(新聞 2297, 15)

           M은 Y에 대하여 금전소비대차로 채무가 있었다. 그 변제를 위하여 그는 X를 기망하여 위조주식을 담보로 하여 금전을 차용하였는데, 금전은 X로부터 Y에게 직접 교부되었다. 판결은, 금전소유권은 X의 Y에 대한 교부에 의하여 Y에 이전하였고 Y는 이를 채무의 변제로 수령하여 법률상 원인이 있다고 하여, X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기각하였다.

      ⑤ 日大判 1927(昭 2). 7. 4(新聞 2743, 15)

         M은 Y로부터 토지의 매도를 의뢰받았는데, X와의 사이에 그 의뢰의 내용에 반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X로부터 대금을 사취하였다. 그리고 그 일부는 Y의 토지를 매도하여 받은 대금으로, 나머지는 자신의 Y에 대한 채무의 변제로 Y에게 교부하였다. 대금부분에 대하여는 부당이득반환청구가 인정되었는데, 변제부분에 대하여 M이 금전을 혼화하지 아니한 채로 Y에 교부하였다면 X의 금전이 X에게 귀속한 것이므로, X의 손실과 Y의 이득 사이에 직접의 인과관계가 있고, M이 자신의 금전과 혼화하여 자기의 채무변제를 위하여 동액의 금전을 Y에게 교부한 것이라면 직접의 인과관계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그 사실 여하의 심리를 위하여 파기․환송하였다.

      ⑥ 日大判 1935(昭 10). 2. 7(民集 14, 196)

          M은 변조된 허무인 명의의 예금통장을 Y에 교부하고 이를 담보로 하여 금전을 차용하였다. Y는 그 통장에 의하여 나라 X로부터 예금을 반환받고 M에 대한 채권의 변제에 충당하였다. 원심은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용하였는데, 위 판결은 이를 파기․환송하였다. 그에 의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Y에의 예금지급에 의하여 M이 소유권을 취득하고 Y는 M에 대한 채권에 기하여 채권을 취득하였으므로, M과 X의 관계는 별론으로 하고, Y가 부당이득하였다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⑦ 日大判 1938(昭 13). 11. 12(民集 17, 2205)

         M은 A의 차용증서를 위조하고 스스로 그 보증인이 되는 한편 무단으로 A의 부동산에 저당권을 설정하여 X로부터 금전을 차용하는 방법으로 이를 사취하였다. 그리고 그 돈을 M이 보증한 A의 Y에 대한 채무의 변제를 위하여 교부하였다. 판결은, Y의 대리인으로 변제하였는지, 보증인으로 변제하였는지를 불문하고, Y가 민법 제192조에 의하여 변제금의 소유권을 취득한 이상, 변제는 유효하고 Y가 부당이득하였다고 말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3) 이중편취형

        ⑧ 日大判 1935(昭 10). 3. 12(民集 14, 467)

            M은 허위의 서류로 A 소유의 부동산에 설정한 1번 저당권을 담보로 내연의 처 A의 대리인을 사칭하여 Y로부터 금전을 차용하였다. 그리고 이 차용금을, 동일한 수단을 써서 A 명의로 X로부터 차용한 금전으로 반환하였다. 다만 금전은 M의 위탁으로 X로부터 Y에게 직접 교부되었다. 원심은 Y의 금전 선의취득을 이유로 부당이득을 부정하였다. 그런데 판결은 이 번에는, Y가 금전을 원시취득하였다고 해서 부당이득이 당연히 배제되지 않으며, 오히려 소유권이 이전되었기에 이제 부당이득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시하였다. 그리고 X가 어떠한 자격에서 변제하였는가, 즉 누구의 명의로 변제가 이루어졌다고 볼 것인가의 사실관계 여하에 따라서는 청구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⑨ 日最判 1967(昭 42). 3. 31(民集 21-2, 475)13)

         M은 X로부터 밀감매수를 알선한다는 구실로 14만 원을 사취하고, 이 돈으로 자신의 Y에 대한 밀감대금채무를 변제하였다. X는 Y에 대하여 그가 위 금액을 반환하기로 합의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주위적으로 합의금반환청구를 하였으나, 이는 합의의 사실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기각되었다. 문제는 예비적으로 주장한 부당이득반환청구이다. 위 판결은 다음과 같이 판시한다. “Y는 자기에 대하여 M이 부담하는 채무의 변제로 본건 금전을 선의로 수령하였으므로, 법률상 원인에 기하여 이를 취득한 것이라고 할 것이고, 위 금전이 위와 같이 X에게서 M이 편취한 것이라고 해서 Y에 대해서 어떠한 부당이득의 관계를 발생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해할 것이다.”

      ⑩ 日最判 1974(昭 49). 9. 26(民集 28-6, 1243)14)

Y(나라)의 금전을 편취 또는 횡령하고 있던 M은 X의 직원과 공모하여 X의 금전을 편취 또는 횡령하고, M은 이를 Y에 반환하였다. 그 때 금전의 일부에 대하여는 X의 다른 직원이 직접 Y에게 수표로 교부하였는데, 나머지는 일단 M의 예금계좌에넣어 M이 私用으로 유용하였는데 결국은 Y에게 반환된 것이었다. 원심은 Y가 받은 돈이 X의 금전에서 유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X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기각하였다. 위 판결은 이를 파기, 환송하였는데, 그 판지는 다음과 같다.

  “M이 X로부터 금전을 편취 또는 횡령하여 그 금전으로 자기의 채권자 Y에 대한 채무를 변제한 경우에 X의 Y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가 인정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생각건대, 편취 또는 횡령된 금전의 소유권이 Y에게 이전되기까지의 사이에 그대로 X의 수중에 남아 있던 경우에만 X의 손실과 Y의 이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은 아니고, M이 편취 또는 횡령한 금전을 그대로 Y의 이익으로 사용하든, 그것을 자기의 금전과 혼동 또는 환전하거나, 은행에 예입하거나 일부를 다른 목적을 위하여 소비한 후 그 소비한 만큼을 따로 조달한 금전으로 보전하는 등 하여 Y를 위하여 사용하든, 사회통념상 X의 금전으로 Y의 이익을 도모하였다고 인정되는 정도의 연락이 있는 경우에는, 역시 부당이득의 성립에 필요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것이고, 또 Y가 M으로부터 위 금전을 수령함에 대하여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Y의 위 금전취득은 피편취자 또는 피횡령자인 X에 대한 관계에서는 법률상 원인이 없고 부당이득이 된다고 해함이 상당하다.”

  나. 학설의 동향

    (1) 이 문제에 관한 학설을 주도한 사람은 我妻榮이다. 대심원의 초기 판례에서 ‘직접의 인과관계’를 요구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사회관념상 이익의 원인으로 인정되는 손실을 입은 자가 있으면 이에 대하여 반환청구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비판하여 결국 판례의 변경을 이끌어 냈고,15) 위 가.의 ⑨ 판결에서 “채무의 변제로 본건 금전을 ‘선의’로 수령하였으므로, 법률상 원인에 기하여 이를 취득한 것”이라고 함에 대하여, 선의취득의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변제수령자가 ‘악의 또는 중과실이 아닌 한’ 완전한 변제로 되고 이로써 법률상 원인을 갖추는 것이라고 비판하여16) 위 가.의 ⑩ 판결을 이끌어 냄으로써 오랜 논쟁을 종식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17) 我妻榮이 통일설18)의 입장에서 위와 같은 이해를 보이는 반면 유형론의 입장에서 다음과 같은 견해들이 제시되고 있다.

    (2) 加藤雅信說

     변제수령자에게 유효한 채권이 있었던 이상 법률상 원인이 있으므로 피편취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부정하되, 피편취자는 채권자취소권(자기채무변제형, 이중편취형) 또는 채권자대위권(제3자수익형)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여야 하고 또 할 수 있다는 견해이다.19) 즉, 이러한 종류의 사안에서는 ‘X는 M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 부당이득반환청구권, 117조20)에 기초한 채권 등 무엇인가의 채권을 항상 가지고 있다. 따라서 X-M 간에 분쟁이 해결되면 그 이상의 문제는 생기지 아니한다. 그러나 M의 무자력에 의하여 그 채권이 주효하지 아니한 경우 X는 M 이외의 제3자에 대하여 청구할 필요가 있게 되고 이런 종류의 분쟁이 생긴다. 이와 같이 본다면, 판례에 나타나는 이러한 종류의 사안은 기본적으로는 채권의 대외적 효력의 문제 그 자체인 것이다. 민법전이 이와 같은 경우를 위하여 준비하고 있는 것은 채권자대위권과 채권취소권이다’.21) 이 견해는 채무자가 특히 일부 채권자와 공모하여 타 채권자를 해할 의사로서 변제한 경우에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는 점22)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 견해에 의할 경우 위 2.가.의 ⑨ 판결에 관하여는 Y가 선의라고 인정한 바와 같이 M-Y간의 공모관계에 의한 변제는 아니므로 사해행위취소권의 행사 자체가 인용될 수 없었던 것이라고 이해하고, 위 2.가.의 ⑩ 판결에 관하여는 사실관계를 확정하기 위하여 파기환송하였다고 이해한다.23)

    (3) 四宮和夫說

        가치귀속의 변경의 합의 없이 점유를 잃은 경우 가치귀속자는 금전의 가치소유권에 기초한 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금전은 그 고도의 대체성 때문에 물리적 동일성으로 취급할 수 없고, 예컨대 환전된 금전, 장부상의 금전에도 가치성이 있는 한 제3자에게 추급가능하지만, 타방 그 유통수단으로서의 성격 때문에 제3자의 거래안전도 강하게 보장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편취금전은 피편취자 X 아래 머무는 가치소유권과 편취자 M에게 이전하는 물소유권으로 분열하고, X는 M에게는 물론이고 악의,중과실 있는 제3자 Y에 대하여도 가치의 rei vindicatio24)에 의한 추급이 가능하다.25)

    (4) 藤原正則說

       부당이득에서도 물권변동의 유인원칙 하에서 유체물이 재화이전한 경우와 같이 원권리자 X의 제3자 Y에 대한 재화추급은 일반원칙으로서 성립하고 제3자 Y의 법률상 원인이 X의 재화추급을 절단한다고 보는 것이 솔직한 이해일 것이다. 물론 그 때 편취금전이 가치의 특정성을 가지고 있을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 위에 제3자 Y의 거래안전은 악의,중과실 없는 경우는 제3자 Y의 변제수령에 법률상의 원인이 있다고 하는 형태로 타 재화의 경우보다도 강하게 보장되어 있다. 제3자에게 무인적 거래의 안전을 부여하는 것을 지향하는 독일법과 구체적 거래의 안전이 원칙으로 되어 있는 일본에는 계약관계에 의한 재화이동이 있는 경우 제3자의 거래의 안전의 범형이 다르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피편취자 X는 편취자 M으로부터 변제를 받은 제3자 Y에 대하여도 변제금과 편취금의 가치동일성의 존속을 조건으로 침해이득의 청구가 가능하다. 다만, 제3자 Y는 편취에 관하여 악의․중과실이 없다면, 변제수령에 법률상의 원인이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26)

3. 不當利得의 要件인 因果關係

  가. 학설

      (1) 직접성

          인과관계의 직접성을 사회관념상의 그것으로 바꾸어 이해한다면, 이는 이미 직접성과는 그 내용을 달리하는 것이며, 단순한 사실적 관련성을 의미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고 하면서, 전용물소권을 인정하는 일본에서는 직접청구를 가능하게 하기 위하여 직접성의 개념을 관련성으로 확대해석할 실익은 있으나, 전용물소권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직접성 개념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이다.27)

      (2) 사회관념상 연락

          M이 X로부터 편취한 금전을 그대로 Y의 채무의 변제에 충당하든 또는 일단 은행에 예금하든, 이를 묻지 않고서, 사회관념상 X의 금전으로 Y의 채무를 변제한 것이라고 인정될 만한 사실상의 연락이 있는 경우에는 X의 손실과 Y의 이득과의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는 견해이다.28)

  나. 사견

     우리나라는 독일법과 달리 물권변동에서 무인원칙을 채용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유체물이 재화이동하는 한, 계약관계의 제3자에 대하여도 소유물반환청구권이 성립하고 원칙으로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현상은 문제로 되지 아니한다. 유체물과 같은 소유권을 관념할 수 없는 금전편취사례, 특히 유체물소유권의 성립이 전혀 생각되지 않는 노무 등의 재화가 이동한 경우 제3자에 대한 부당이득의 전형적 사례로 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29) 이와 같은 경우에 직접성의 요건을 요구한다면 부당이득제도의 운용에 경직성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에서 사회관념상 연락이 있으면 족한 것으로 본다는 견해가 수긍이 가나, 아래에서 5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제3자가 채무의 변제로서 금전을 수령하는 경우 ‘법률상 원인’을 보유한 채 금전을 취득하였다고 보아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배척하는 사견에 따를 경우 실천적 의의는 미미할 것이다.

4. 金錢의 善意取得

  가. 선의취득규정 적용 여부

    (1) 학설

      금전에 대하여 선의취득규정을 적용할 것이냐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학설이 갈리고 있다.

      (가) 부정설

        금전은 가치의 표상으로서 강제통용력을 가지며 교환의 수단으로 유통되는 경우에는 선의취득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설이다. 금전은 고도의 대체성을 갖는 것이어서 그 소유권은 그 점유 속에 용해되어 있어서 점유의 취득이 곧 소유권의 취득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30)다만 금전은 그것이 단순한 물건으로 취급되는 경우에만 선의취득의 규정들이 적용되게 되고, 따라서 민법 제250조 단서의 금전은 이러한 금전만을 의미한다고 한다.31)

      (나) 긍정설

          금전도 동산이므로 내국의 통화이든 외국의 통화이든 선의취득의 대상이 되고 점유를 취득하였다고 하여 당연히 그 소유자가 된다고는 할 수 없다는 설이다.32) 단지 실제로는 금전은 그 특성 때문에 통상의 거래에서 선의취득이 부정되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것이고, 또 선의취득이 부정되는 경우라도 혼화로 인하여 종전 소유자의 소유권은 쉽게 소멸되는 경우가 보통일 것이나, 을이 갑 소유의 금전을 편취하여 이를 병에게 물건대금으로 지급한 경우, 병이 악의이면 우선 금전의 반환의무를 질 것이고 혼화에 의하여 금전의 소유권을 취득한 때에는 갑에 대하여 그 금액만큼의 채무를 부담하게 될 것이므로, 당사자 사이의 형평에 더욱 충실한 결과가 될 것이라고 한다.33)

      (다) 유추적용설

          금전은 유통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특성을 지니는 점에서 유가증권의 경우와 동일하고, 추상적 가치 그 자체일 뿐 개성을 갖는 것은 아니어서 일반동산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는 없으므로 민법 제249조를 적용할 것이 아니라, 상법 제65조나 수표법 제21조를 유추적용하여야 한다는 설이다.34)

    (2) 판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대법원 판례는 보이지 아니한다.35)

    (3) 일본의 판례 및 학설

      最高裁 1954. 11. 5. 판결은, 신용조합에 대하여 무효인 예금도 금전소유권은 조합에 귀속하는 것으로서 불법으로 융자한 이사의 배임죄를 긍정하였는데, 판결이유에서 ‘저축신용조합의 이사가 그 자격으로 조합 이름으로, 조합에 대한 저금으로 수납한 이상, 예컨대 저금이 조합원 이외의 자가 저금하여 조합에 대한 소비기탁으로서 법률상 효력이 생기지 아니하더라도, 저금의 목적으로 된 금전의 소유권은 조합에 귀속한다. 금전의 점유가 이전한 이상, 예컨대 점유이전의 원인이 된 계약이 법률상 무효라도, 그 금전의 소유권은 점유와 동시에 상대방에게 이전하는 것이고 여기에 부당이득반환채권관계를 생기게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하는 것이 정당하기 때문이다.’고 판시하였다.36)

  나아가 最高裁 1964. 1. 24. 판결은, 편취된 자의 소유권에 기초한 제3자이의의 소에서, 이를 배척  하였는데, 그 판결이유에서 ‘본건에서는 원판결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소외 藤野太一은 상고인 丹部忠男을 속여 11만 여 엔을 교부받아 자기가 상고인으로부터 의뢰받아 경영영에 종사하고 있던 판시 점포의 매상금 6만 여 엔을 더하여 172,300엔을 자기의 은행예금을 반환받은 자기의 돈이라고 말하여 집달리에게 제출한 것이기 때문에 11만 여 엔은 상고인 丹部忠男으로부터 교부받은 때, 6만 여 엔은 착복횡령한 때 각기 소외 藤野太一의 소유에 귀속하여 상고인들은 그 소유권을 상실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취지의 원판결 판단은 정당하고 이를 탓하는 논지는 이유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37)38)

  학설도 대체로 最高裁의 견해와 비슷하다. 즉, 금전이 가치의 표상으로서 유통된 경우 이미 물로서의 개성은 문제로 되지 아니하고 따라서 즉시취득39)의 문제로 되는 것도 아니고 그 점유 있는 곳에 소유권도 있다고 해석하여 뒤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으로서 금전채권의 문제로 처리해야하지만, 강제통용력을 잃은 금전을 수집의 대상으로 거래했다든가 그 자체로는 강제통용력이 있더라도 그 표상하는 금전가치로서가 아니라 단지 물로서 封金을 기탁된 것이라든가 기념메달로서 수수된 것에 지나지 않는 경우에는 동산일반으로서 즉시취득의 규제를 받는다는 견해가 그것이다.40)

  다만, 절취행위에 의한 금전취득 그 자체는 금전에 타각되어 있는 가치로서 유통된다고는 평가할 수 없기 때문에 현물이 특정되어 도둑의 수중에 있는 한 피해자는 소유권에 기한 반환청구를 할 수 있으므로, 피해자 소유의 금전을 도둑이 그 채권자에게 변제하려고 제3자에게 지참을 의뢰하여 교부한 때는, 封金으로 건네진 때도 물론이고 당해 지폐 그 자체를 채권자에게 건네려고 의뢰하였다고 평가될 수 있는 경우는 裸錢이라도 그 제3자의 수중이라고 특정할 수 있는 한 원소유자의 소유임이 계속된다고(원 소유자는 소유권에 기한 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 해석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제3자는 도둑의 채권자에게 당해 금전을 말하자면 물로서 배당하려고 수령하였을 뿐 그 표시하는 가치로서 그에게 유통하였다고 평가할 수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그러나 이 제3자로부터 채무의 변제로서 채권자가 수령한 때에는 물로서의 개성․의의는 전혀 상실하고 추상적인 표상가치로서 유통하였다고 평가하여 변제수령자의 소유로 귀속된다고 해석하여도 좋고, 남은 문제는 수령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부당이득반환의무라는 채권관계로 취급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41)

    (4) 사견

       유추적용설이 타당하다고 본다. 도품이나 유실물이 금전인 때에는 피해자 또는 유실자가 물건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한 민법 제250조도42) 금전에 관하여 선의취득규정이 적용됨을 전제로 규정되었다고 봄이 문언상 명백하고, 부정설에 의할 경우에도 일정한 범위 내에서 원권리자의 권리를 보호하려고 예외를 인정하는데43) 원 권리자와 권리 보호와 거래안전의 보호라는 상충되는 법익의 충돌은 유추적용설에 의할 경우 조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금전의 선의취득에 관하여 상법 제65조나 수표법 제21조를 유추적용한다면, 악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점유자에게 원권리자가 금전소유권에 기하여 반환청구할 수 있다.

  나. 부당이득의 성부와 관계

      Y가 금전을 선의취득하였다고 하여 원권리자에 대한 부당이득의무를 면하는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1) 긍정설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상대방이 된 사람이 그 반환의 목적물을 선의취득하였다면, 이로써 그 목적물을 계속 보유할 법률상 원인을 가진다고 할 것이어서, 부당이득반환청구는 부인되어야 하는 것이다.44)

    (2) 부정설

        선의취득은 물권취득의 한 원인에 지나지 아니하고 그 취득이 부당이득으로 되는지 여부는 그 자신에 정해지는 것은 아니고 한편으로 취득자측의 기타사정(대여원인, 증여원인, 변제원인 등의 존부)에 의하여 정해진다고 하면서 이를 부정하는 견해이다.45) 

  거래의 안전 즉 선의취득자의 보호는 소유권의 형식적 이전만으로는 족하다고 보고, 선의의 제3자가 처분자로부터 유상으로 취득한 경우에는 이득이 존재하지 아니하기 때문에 원 소유자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의 문제는 생기지 아니 하나, 무상으로 취득한 경우에는 제3자가 이득한 것은 명확하고 게다가 처분자간에 존재하는 증여원인도 이로써 원소유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 제3자는 이득을 보유할 법률상 원인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해석하는 견해46)도 이에 속한다.

  독일민법 제816조 후단47)의 규정이 없는 우리 민법하에서도 이와 같이 해석하는 근거로 무상행위로 인한 선의취득자에게 반환의무를 인정하는 것은 당사자간의 이해를 공평하게 해결하는 방법이 된다거나,48) 거래의 안전을 위하여 진정한 권리자의 권리를 수용하는 성질을 갖는 선의취득제도의 본질상 선의취득의 요건, 효과를 정함에 있어서는 비례의 원칙에 따라 진정한 권리자와 선의취득자 사이의 이익을 형량할 필요가 있으므로 선의취득자가 무상으로 취득한 경우에는 진정한 권리자에게 이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을 들기도 한다.49)50)

    (4) 사견

       선의취득은 거래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하여 선의취득자에게 이득을 보유시키고자 하는 것이지 단순히 목적물의 권리귀속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는 아니며, 선의취득을 소유권취득의 원인으로 인정하는 이상 민법 제741조의 요건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 따라서 일단 선의취득이 인정되면, 선의취득자는 그로 인하여 이득을 보유하게 되었더라도 반환의무를 부담하지는 않는다.51)

  나아가, 독일민법 제816조는 무인성원칙의 존중으로 인해 무상취득으로도 선의취득을 인정할 수 있게 하면서, 대신 부당이득으로 원소유자에게 반환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지만, 물권변동에서 무인성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 법제에서는 종래의 소유자에게 무상의 양수인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은 민법의 체계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52)53)

  혹자는 첨부로 인하여 동산의 소유권이 소멸한 때 손해를 받은 자는 부당이득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54)을 들어 선의취득의 경우에도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생긴다고 주장할지 모르나, 첨부제도는 물권법적 요청에 의해 인정되는 것이고, 당사자 사이의 불공평을 정당화해주는 것은 아니어서 첨부의 규정에 의해 손해를 받은 자에게 부당이득의 규정에 의하여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55)한 점에서, 거래안전의 보호를 목적으로 인정된 선의취득의 경우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고 본다.

  다. 가치 위의 반환청구권 문제

      四宮和夫에 의하여 제창된 견해이다. 즉, ‘영미법이 금전에 관하여도 추적을 인정하는 점, 대물이나 산출물에 대위를 인정하고 혼화한 자금 및 그 산출물에도 대위를 인정하는 점, 대위가 문제로 된 목적물을 원 금전소유권이 카바하여 끊지 못하는 경우에는 특정회복에 구애되지 아니하고 우선변제권이라는 형태로 원 권리자를 보호하는 점, 금전취득자의 일반채권자를 원 권리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금전취득자와 같은 입장에 서서 선의라도 보호되지 아니하는 점에서 금전의 소유권적 보호로서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 선의유상 취득을 보호하고 원 권리자의 권리를 해태하거나 출소기한에 걸려 제3자나 상대방의 이익을 무시한다고 할 수 없다. 요컨대, 영미법은 관계당사자의 이익상황에 적확하게 대응하는 것에 의하여 구체적 형평을 잘 실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56) ‘독일 학설은 물로서의 금전을 귀속할당의 기준으로 하는 것이 통설이고, 금전가치로써 물권법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개체로서는 법적 관심을 야기하지 않는 대상으로 보아, 금전가치의 반환에 향해진 rei vindicatio를 승인하고 그 rei vindicatio는 장부상의 금전에도 미친다는 소수설이 있다. 귀속할당을 변경한다는 가치소유권57)자의 의사에 기하지 아니하고 금전의 점유가 이전된 경우 회복권이 발생한다. 회복권의 내용은 소멸시효 20년에 걸리고 X는 Y의 일반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환취권, 제3자이의권을 가지고, 만일 Y가 가치소유권자였다면 Y에게 회복권이 부여되는 사유로 Z가 금전의 점유를 취득한 경우는 동일성이 인정되는 한 X는 추급할 수 있다. 환전금, 혼화물, 장부상 금전은 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견해이다.58)

  이러한 견해에는 찬동할 수 없다. 우선, 점유를 상실한 소유자의 그 금전에 대한 이익은 다른 일반적인 구제수단, 즉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나 부당이득반환청구권 등과 같은 순수히 채권적인 청구권에 의하여 충분히 보호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가치반환청구를 인정하게 되면 제3자, 특히 점유자의 다른 채권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원래의 소유자에게 우월한 법적 지위를 인정하자는 것인데, 이는 이러한 선의의 채권자들을 부당하게 차별하는 것이며 강제집행법이나 파산법의 원칙을 별다른 이유 없이 무너뜨리는 것이 된다. 또한 가치반환청구가 허용되는 경우와 부인되는 경우와의 경계설정에 뚜렷한 합리성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59) 판례도 역시 부정적이 아닌가 추측된다. 대법원 1988. 11. 8. 선고 85다카1548 판결60)은 “갑이 원고회사의 판매대금 등을 빼돌려 은행의 비밀예금구좌에 예금하였다가 그 중 일부를 현금화하여 그 예금통장과 현금 등을 소지하고 있었다면 그 예금이나 현금의 소유권은 갑에게 있는 것이라 할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5. 法律上 原因 없이

  연구대상판결은 채권자가 변제를 수령함에 있어 횡령한 금전이라는 점에 관하여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유효한 변제로 되지 아니하므로 ‘법률상 원인’이 없다는 논리구조를 취함으로써 일본 최고재의 위 2.가.의 ⑩판결과 궤를 같이 한다.

  이에 대하여, Y의 이득의 당부, X의 반환청구의 당부가, 공평의 이념에 기한 XY의 용태를 평가하는 것에 의하여 판단되어야 하고, Y가 X의 돈이 M에 의하여 편취된 점을 알고 있었거나 알 수 있었는지, Y가 M에게 변제를 강요하여 M에게 X로부터 편취하는 동기를 부여하였는가 하는 Y의 용태는 이득의 부당성을 증대한다고 이해해야 한다고 하는 견해도 있다.61) 

  그러나 자기 채무변제형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Y가 M에 대하여 채권을 가지고 있는 한 X가 Y에 대하여 부당이득을 이유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으며, 이는 Y가 악의인 경우에도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62) 제3자 수익형의 경우에는 Y는 M에 대하여 급부를 자신에게 실현할 것을 청구할 권리를 가지지 않는다. 그러나 채무자가 아닌 M이 Y의 Z에 대한 채무를 제3자의 변제로서 변제하는 경우 ① Y와 M 사이에 채무이행의 사무처리계약이 체결되어 그 계약의 이행으로 Z에게 변제한 경우라면, 위 계약이 법률상 원인이라고 할 수 있고, ② Y와 M 사이에 위와 같은 사무처리계약이 없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M의 채무이행이 사무관리의 요건을 갖춘다면, 따라서  M에 대하여 비용상환의무를 부담한다면63), 역시 이 사무관리의 성립 자체가 그 법률상 원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64)

  이와 같이 견해가 나누어지는 데는 부당이득제도에 관한 근본적 견해의 대립이 있음을 숨길 수 없다. 즉, 我妻營說의 경우 부당이득 제도의 기초에 대하여 공평설적 입장, 즉 실정법상의 여러 법제도의 소위 경직성을 공평의 이념에 의하여 교정하는 초실정법적 제도라는 것을 근거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반하여 梁彰洙說은 부당이득도 다른 실정제도와 차원을 같이 하는 것이며, 공평을 내세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핵심적 요건인 「법률상 원인」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을 결국 주관적인 정의감정에의 호소에 다름 아닌 것으로 오히려 유해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점을 근거로 한다.65)66)

  특히 부당이득에 관하여 유형론67)의 입장에서 고찰할 때, 급부부당이득에서는 급부와 법률상 원인이 부당이득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기능하는데,68) 이 사안에서 급부는 M-Y 사이에서 이루어진 것이 명백하고, 변제원인으로서 금전을 수령한 것이 명백한 이상, 이 변제가 법률상 원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난점을 회피하기 위하여 일본에서는 Y의 금전 수령이 X의 가치소유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침해부당이득이 된다고 구성하는 견해도 있지만,69) 금전소유권을 취득한 Y가 X의 가치소유권을 침해하는 셈이 되어 논리구성이 낯설고, 금전에 관하여 물소유권과 가치소유권이 양립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도 아니 하다. 

  더욱이 편취 또는 횡령한 금전으로 자기의 채무를 변제할 경우 유효한 변제로 볼 수 없는 근거로서 들고 있는70) 민법 제463조의 해석도 ‘채권자가 인도받은 타인의 물건에 관하여 선의취득․첨부나 시효취득의 요건을 갖추어 그 목적물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때에는 채권이 확정적으로 소멸되고, 어느 누구로부터 반환청구나 배상청구를 당하지 아니한다는 것이어서’71) 타당한 근거라고 보기 힘들고, 나아가  편취 또는 횡령한 금전으로 자기의 채무를 변제할 경우 채권자가 ‘악의 또는 중과실’에 한하여 유효한 변제가 될 수 없다는 근거가 무엇인지도72) 뚜렷하지도 아니하다.

6.  加藤雅信說 검토

  ‘편취 또는 횡령한 금전에 의한 변제와 변제수령자의 부당이득의 성립 여부’를 채권자 취소권의 문제로 파악하는 加藤雅信說에도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 즉, 취소의 목적이 금전인 경우 현재의 판례법리가 취소채권자 자신에 대한 인도청구권을 인정하고, 더욱이 상계에 의한 사실상 우선변제를 결과로서 긍정하는 관계에서, 변제의 사해성을 긍정하더라도 간이파산적 기능73)이 바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채권자간에 불평등을 초래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익자의 배당가입문제를 포함하여 검토할 필요가 있고,74) 채무자가 특히 일부 채권자와 공모하여 타 채권자를 해할 의사로서 변제한 경우에는 사해행위에 해당함을 전제로 논리를 전개하나, 이를 긍정된 재판례가 드문 점75)에서 드러나듯 제 기능을 다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7. 民法 제747조 제2항에 의한 救濟 檢討

  우리 민법 제747조 제2항에서 “수익자가 그 이익을 반환할 수 없는 경우에는 수익자로부터 무상으로 그 이익의 목적물을 양수한 악의의 제3자는 전항의 규정에 의하여 반환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수익자가 원물을 반환할 수 없으면 그의 자력으로 가액을 반환하여야 하나, 수익자에게 그러한 자력이 없으면 가액의 반환도 불가능하게 되는데 이와 같이 수익자가 무자력한 경우에 손실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전득자에게 일정한 요건아래 부당이득책임을 확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76) 전득자에게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지우는 요건으로 ‘무상’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채권의 변제로 이루어진 경우 전득자에게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지울 수는 없다고 본다.

 8. 硏究對象判決 分析

 연구대상판결의 사안에서 원고의 손실과 위 피고들의 이득 사이에 직접성을 갖추고 있으므로, 인과관계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다음으로 연구대상판결은 금전에 선의취득 규정이 적용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아니하다. 점유 있는 곳에 소유권 있다는 법리를 전제로 이 사건을 바라보면, 원고는 금전소유권에 기한 청구를 할 여지가 없고, 부당이득반환청구 許否만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금전에 대하여 유가증권에 관한 선의취득의 규정을 유추적용한다는 견해를 취한다면, 악의 또는 중과실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피고들은 금전에 대하여 선의취득을 하였고 이로써 원고의 금전 소유권은 상실하였으며, 따라서 부당이득반환청구 허부만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동산에 관한 선의취득 규정을 금전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견해를 취한다면, 위 피고들에게 경과실77)을 인정할 수 있는 이 사건에서 금전에 대한 선의취득이 인정되지 아니할 것이고, 원고는 위 피고들에게 ‘금전의 소유권’에 기하여 금전의 반환청구를 하거나,78) 부당이득반환으로서 금전의 반환청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을 명확하게 하지 아니한 점이 아쉽다.

  채무자가 횡령한 금전으로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는 경우 채권자가 그 변제를 수령함에 있어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채권자의 금전 취득은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법률상 원인을 결여한 것으로 보고 있고 그 근거를 유효한 변제가 아닌 데서 찾고 있어79) 일본 最高裁의 위 2.가. ⑩판결의 논리를 따르고 있는 부분은 동의할 수 없다.80) 왜냐하면, 위 피고들이 금전에 관하여 선의취득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하였 뿐만 아니라 채권의 변제로서 이를 수령하였다면, 가사 횡령한 금전이라는 점에 관하여 악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라도, ‘법률상 원인’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결론에서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배척한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부당이득의 문제가 이와 같이 미세한 과실판단에 걸리게 되는 부담이야말로 위의 대법원판결도 전제적으로 설시하는 부당이득제도에 대한 공평설적 파악에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게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의 하나라고 지적하는 견해도 깊이 음미해야 한다고 본다.81)


Ⅲ 맺음말

연구대상판결은 금전의 선의취득 여부, 부당이득의 성립요건인 ‘인과관계’, ‘법률상 원인’ 나아가 부당이득제도의 위치를 아우르는 주제에 관하여 일본에서 오랫동안 논의․발전되어 온 문제에 관하여 대법원이 최초로 견해를 밝힌 것으로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기각한 결론에는 동의하나 이에 이르는 논리에 관하여는 여러 가지 점에서 비판할 점이 있고, 그 적용범위에 관하여도 사례집적을 통하여 명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질의자 : 김주호

[질의]

발표자는, 금전의 선의취득에 관하여 상법 제65조 내지 수표법 제21조를 유추적용하여 악의 또는 중과실이 있지 않는 한 선의취득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선의취득한 자가 원권리자에 대한 부당이득의무를 면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선의취득은 거래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선의취득자에게 이득을 보유시키고자 하는 것이지 단순히 목적물의 권리귀속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는 아니며 선의취득을 소유권취득의 원인으로 인정하는 이상 민법 제741조의 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정하는 입장을 취한 다음, 이 사건에 있어서는 피고들이 이 사건 금전을 선의취득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하였으므로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는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하면서, 연구대상판결이 이 사건 금전의 선의취득여부에 관하여 명시적인 입장을 밝히지 아니한 채 일본판례와 같이 ‘법률상 원인’의 유무를 고의 또는 중과실의 유무에 좌우되도록 한 것은 부당하는 취지로 보시는 것 같습니다.

우선 연구대상사안에 대한 위와 같은 발표자의 견해는 문제해결 및 이를 위한 논리전개에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다만 연구대상사안에서 이 사건 금전의 선의취득에 관한 주장은 소송법상 항변에 해당하고 따라서 피고들이 이를 주장하지 않는 한 선의취득 여부를 판단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논문상으로는 피고들이 그와 같은 선의취득의 주장을 하였다고 볼만한 단서가 보이지 아니합니다(만일 선의취득의 주장을 하였다면 대법원이 발표자의 입장과 같은 견해를 표명하였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질의자의 소견으로는, 피고들이 선의취득의 항변을 하지 아니한 상황에서, 대법원이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배척하기 위한 논리적 근거로 연구대상판결과 같이 악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한 유효한 변제로서 법률상 원인이 있는 것이라고 설시한 것이 아닌가라고 보여지는데 이에 대한 발표자의 견해는 어떠한지요. 만일 그렇지 않다면, 대법원이 금전의 선의취득여부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아니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답변]

침해부당이득 문제로 봄을 전제로 질의자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다만, 연구대상판결이 편취 또는 횡령한 금전에 의한 변제와 변제수령자의 부당이득 성립 여부에 관한 최초의 판례이므로 방론으로 언급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질의자 : 박준용 회원

[질의1]

민법 741조는 (1) ‘법률상 원인 없이’와 (2)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한 이익 및 그로 인한 타인의 손해’를 부당이득반환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연구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채무자가 피해자로부터 횡령한 금전을 그대로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사용한 경우’에 위 (2)의 인과관계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인정한 다음, 이어서, ‘채권자가 그 변제를 수령함에 있어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을 결여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면서, 덧붙이기를 ‘단순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변제는 유효하고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을 결여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발표자께서는 결론 부분에서 연구대상판결의 위 (2) 부분 판시 내용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하면서,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라도 ‘법률상 원인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고 하고 있습니다.

  먼저, ‘법률상 원인의 유무‘라는 요건은 어차피 가치판단 내지 평가를 내포한 개념으로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나아가 발표자의 견해에 의하면, ’어떠한 변제 (또는 원인관계)‘ 라도 그러한 원인이 있기만 하면(그에 대한 가치판단 내지 평가와는 무관하게) 법률상 원인이라는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답변]

  우선 ‘법률상 원인’에 관하여 공평의 관념을 실현하는 제도로서 부당이득제도를 해석 운용함에서 있어서 그 권리귀속을 실질적으로 고찰하여야 한다는 이른바 통일설의 입장(我妻營 교수 등)과, 부당이득제도를 다른 실정법 제도와 동렬에 위치시키는 유형론의 입장(양창수 교수 등)이 대립하고 있고, 질의자의 입장을 통일설의 입장에 서 있는 듯하고, 발표자의 입장은 유형론의 입장에 서 있습니다.

  만일 금전에 대하여 선의취득규정의 적용을 긍정하는 입장에서, 원고가 금전의 소유권에 기하여 횡령자 또는 금전을 선의취득하지 못한 피고에게 금전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 피고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도 할 수 있는데(침해부당이득), 이 때 피고가 금전을 보유할 수 있는 법률상 원인을 주장입증하지 못하면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면하기 어렵고, 이때 피고가 횡령자에 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은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물권의 채권에 대한 우위성). 다만, 피고가 금전을 선의취득한 경우 이로써 원고는 소유권을 잃게 되고 피고는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을 보유하게 되어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금전의 소유권이 점유의 이전에 따라 횡령자에게 이전된다고 보는 일본판례하에서는 횡령자가 자신의 소유인 금전으로 채권자에게 자신의 채무를 변제하는 셈인데(원고는 금전의 소유권을 잃고 있으므로 침해부당이득이 문제될 여지가 없음) 이 때 채권자가 횡령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이 있는 이상 그 변제가 완전한 변제가 아니라고 볼 근거는 없는 것이고, 점유의 이전과 동시에 금전의 소유권도 이전된 이상, 악의 또는 중과실 여부를 떠나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도 횡령자에 대한 채권이 금전취득으로 인한 이익을 보유할 법률상 원인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질의2]

  다음으로, 민법의 선의취득규정과 부당이득반환규정을 단순히 대비해 보면, 선의취득의 경우 선의, 무과실을 요구하고 있고, 대법원 판시에 의하면 부당이득의 경우 악의, 중과실을 요구하고 있는바, 선의취득은 적극적으로 소유권 취득을 인정하는 것이고, 부당이득반환은 그와 반대로 이미 취득한 이득의 반환을 규율하는 것이므로, 부당이득반환에 관한 연구대상판결의 대법원 판시가 논리 또는 법리 전개에 있어 꼭 무리하다거나 그것이 선의취득 규정과 논리적, 법리적으로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보이지도 않습니다.

이에 대한 발표자의 견해는 어떠하신지요(선의취득 자체를 법률상 원인의 하나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또한, 발표자께서 금전의 경우 선의취득에 관하여 수표법 21조의 선의취득규정(악의, 중과실의 경우 선의취득 부정)을 유추적용하는 견해를 지지하시는 것과는 어떠한 논리적, 법리적인 연관성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답변]

편취 또는 횡령한 금전에 의한 변제와 변제수령자의 부당이득 성립 여부에 관한 일본 판례 변천 과정을 살핀다면, 초기에는 피고가 금전을 선의취득하였는지 여부로 문제를 해결하였습니다. 근데 1954년 일본 최고재가 금전에 대한 선의취득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고 점유 있는 곳에 소유권이 있다는 판례를 취한 이후 이제는 물권법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고 선의취득을 들어 법률상 원인 유무를 따지는 것도 무의미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후는 부당이득법의 문제로만 파악하고 법률상 원인 유무에 초점이 모아지게 되었지만, 악의 또는 중과실이라는 기준을 채택함으로써 여전히 선의취득의 규정의 취지를 유추적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연구대상의 사안에서 원고의 청구를 배척할 수 있는 근거는 피고들이 금전을 선의취득하였기 때문이기도 하고(선의취득 규정 적용 또는 유추적용 ; 선의취득하였다고 하면서 이로 인하여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지우는 것은 정합적이 아님), 횡령자에 대한 채권이 있고 그 채권의 변제로서(변제로서 급부하는 행위도 선의취득에서 규정하는 거래행위에 포함됨)금전을 수령하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어느 쪽도 피고들이 금전취득으로 인한 이익의 보유를 정당화할 법률상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편취 또는 횡령한 금전에 의한 변제와 변제.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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