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괄
유발 하라리가 쓴 <호모데우스>를 읽었다. 저자는 이스라엘에서 태어났고 베스트셀러 <사피엔스>를 지은 바 있다. 이 책은 미래의 역사란 부제가 붙어 있다. 우리의 오래된 신화들이 혁명적인 신기술과 짝을 이루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검토한다.
짐승 수준의 생존투쟁에서 인류를 건져올린 다음 할 일은 인류를 신으로 업그레이드하고 '호모 사피엔스'를 '호모 데우스'로 바꾸는 것이 미래의 목표라고 예상한다.
2. 발췌
과거에 죽음이 성직자와 신학자들의 일이었다면 지금은 공학자들이 그 권한을 인수받았다.
피터 틸은 이렇게 설명한다. "(죽음에) 접근하는 방식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수용하거나 부정하거나 싸우는 것이다. 수용하거나 부정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지만 나는 싸우는 쪽이 좋다"
인간이 행복과 불멸을 추구한다는 것은 성능을 업그레이드해 신이 되겠다는 것이다.
오늘날 인간이 이 행성을 지배한 것은 인간 개인이 침팬지나 늑대보다 훨씬 더 영리하고 손놀림이 민첩해서가 아니라, 호모 사피엔스가 여럿이서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종이기 때문이다.
루마니아 공산당원과 이집트 장군들이 부구레슈티와 카이로의 독재자나 군중보다 더 똑똑하거나 손놀림이 더 민첩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의 강점은 유연한 협력에 있었다.
인간의 모든 대규모 협력은 결국 상상의 질서에 대한 우리의 믿음에 기반한다.
어떤 물리학 실험도, 어떤 경제모델도, 어떤 수학 방정식도 수천 메가와트의 전기를 생산하고 수십억 위안을 벌어들이는 것이 고대의 탑이나 양쯔강돌고래를 구하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인지 결정할 수 없다. 따라서 중국이라는 나라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과학이론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종교나 이념도 필요하다.
샘 해리슨 같은 몇몇 철학자들은, 인간의 가치 안에는 언제나 사실적 진술이 감춰져 있으므로 과학이 윤리적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른 모든 종교처럼 자유주의도 추상적인 윤리적 판단만이 아니라 사실적 진술을 기반으로 하는데, 이런 사실적 진술들은 엄밀한 과학적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다.
사실을 말하면, 경험하는 자아와 이야기하는 자아는 별개의 실체가 아니라 긴밀하게 얽혀 있다.
우리는 라마단 때의 금식과 건강검진을 위한 금식, 돈이 없어서 먹지 못하는 배고픔을 다르게 경함한다. 이야기하는 자아가 배고픔에 부여하는 각기 다른 의미들은 매우 다른 경험을 불러일으킨다.
프랑스 혁명 이후 200년에 걸쳐 민주주의를 방어한 일반적 논증에 따르면, 민중에게 정치적 권리를 부여해야 하는 이유는 독재국가보다 민주주의 국가의 병사와 노동자들이 더 뛰어난 수행능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지능이 의식에서 분리되고 있고, 이로 인해 인간은 경제적 가치를 잃을 위험에 놓여 있다.
21세기의 새로운 프로젝트(불멸, 행복, 신성을 얻는 것) 역시 포부는 인류 전체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들의 목표는 기준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능가하는 것이라서, 새로운 초인간계급을 탄생시킬 가능성이 높다.
현재 기술혁명은 정치 과정보다 빠르게 움직이면서 의원들과 유권자들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다.
우리는 곧잘 민주주의와 자유시장이 승리한 것은 그 제도들이 '좋아서' 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 두 제도가 전 지구적 데이터 처리 시스템을 개선했기 때문이다.
정보의 자유는 인간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정보에 주어진다. 더구나 이 새로운 가치가 전통적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다. 정보가 자유롭게 유포될 권리는 인간이 정보를 소유하고 그 흐름을 제한할 권리보다 우선하기 때문이다.
신은 인간 상상력의 산물이지만, 인간 상상력은 생화학적 알고리즘의 산물이다.
고대에는 힘이 있다는 것은 곧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오늘날 힘이 있다는 것은 무엇을 무시해도 되는지 안다는 뜻이다.
3. 소감
자유의지가 아니라 알고리즘이 결정한다고 예상하는 부분이 놀라웠다.
2017. 6. 8. 부산에서 자작나무
'독서일기(인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감의 시대를 다시 읽고 (0) | 2017.12.01 |
---|---|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읽고 (0) | 2017.07.02 |
안목을 읽고 (0) | 2017.03.26 |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읽고 (0) | 2017.03.16 |
타자의 추방을 읽고 (0) | 2017.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