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인물)

비밀의집

자작나무의숲 2016. 4. 16. 12:36

1. 개괄

이승렬님이 쓴 <비밀의 집>을 읽었다. 저자는 부산지역 대표적 여성운동가로서 부산여성의 전화를 창립하였고, 부산지역 최초 여성폭력 피해자 쉼터를 만들었다. 책 제목인 <비밀의 집>은 여성폭력 피해자 쉼터를 가리킨다. 이 책은 사회복지법인 새길공동체 이사장을 그만두고 미국으로 떠나면서 23년간 가정폭력 피해자들과 함께 한 사회활동을 정리한 것이다. 새길공동체 무료법률상담에 관여하고 있는 김외숙 변호사로부터 선물받은 책이다.


2. 발췌

우리나라는 당시만 해도 오랫동안 내려오는 유교전통의 가부장적 사고방식과 남존여비 사상 그리고 남아선호사상이 지배적인 문화규범 속에서 형성된 사회구조 때문에 아내 구타 문제가 그 어느 나라보다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사회문제로나 범죄행위로 규정하는 인식이 부족한 현실이었다. 


주민들이 구청을 찾아가 이곳에 폭력피해여성들을 위한 쉼터가 생긴다는 것을 알아보고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 땅값 떨어진다고 절대 안된다는 것이었다. 특히 주민 여성대표들이 더 못짓게 반대를 하고 나섰다. 역시사지에서 생각해보면 오갈 데 없는 피해여성들을 같은 여성으로서 이해를 할 수 있을 텐데도 먼 나라가 이야기마냥 오로지 부동산가치 하락하는 것만 염려하며 재산 걱정을 했다.


동과 서를 막론하고 가정폭력의 끝은 둘 중에 하나가 죽거나 도망가지 않으면 끝이 나지 않는다는 박사들의 논문 구절이 생각나서 소름이 끼쳤다.


가해자 치유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A남성은 폭력가정에서 자라며 평생 아버지가 엄마를 두들겨 패는 모습만 보고 살았노라고 했다. 그래서 이다음에 자기가 결혼하면 아내를 절대 때리는 사람이 되지 않겠노라 다짐을 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어느날 보니 자기가 폭력 남편이 되어있더라고 했다.


피해자들의 검찰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하지 않고 벌금형으로 처리된 사례이다. 행위자가 상담명령이나 안방접근금지명령, 봉사명령 등을 받아 교정되기를 바랐지 벌금형을 받은 것은 오히려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가정에 더 심각한 문제를 안겨주는 결과가 되고 있다. 벌금형을 받은 행위자가 귀가 후 오히려 "너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며 보복행위를 가하여 피해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3. 소감

저자는 이 책에서 행위자들의 교육에 대한 사전 사후 개인별 평가가 법원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 가해자교정프로그램에 예산지원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부산가정법원은 저자의 쓴소리를 수용하여 개선해볼 계획이다. 부산가정법원이 해야 할 많은 일을 하신 이승렬 이사장님께 경의를 표한다.


                    2016. 4. 16.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