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소설)

도둑일기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5. 8. 9. 10:57

1. 개괄

장 주네가 쓴 <도둑일기>를 읽었다. 작가는 1910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7개월만에 유기되어 파리 빈민구제국에 위탁되었다. 1926년에서 1929년까지 절도죄로 교도소에 수감되었고,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며 방랑생활을 하면서 부랑자, 도둑, 남창으로 생활하였고, 자전적 소설인 이 작품을 1949년 출간하였다.  이 책은 부조리와 역설, 모순으로 가득 찬 에피소드들, 타락한 자들, 비열한 군상의 행적들을 나열한 파노라마다.

사르트르는 <성 주네, 배우이자 순교자>라는 책에서 "모든 진실, 오로지 진실만을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신성한 진실이다.>라고 장 주네와 그의 작품을 극찬한 바 있다.

 

2. 발췌

도덕적 행동의 아름다움은 그 표현의 아름다움에 달려 있다.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은 이미 그것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단정짓는 것이다. 그 뒤에는 그것을 증명하는 일만 남는다. 그것은 바로 이미지의 역할이다.

 

이제 나는 유일하게 나와 프랑스를 맺어 주는 것은 프랑스어에 대한 나의 사랑임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것인가!

 

죄수에게 감옥은 마치 왕의 손님이 궁전에서 느끼는 것과 같은 안정감을 준다.

 

이 책 <도둑일기>는 '불가능한 무가치성'을 추구하고 있다.

 

법정에서, 재판장 "왜 냄비를 훔쳤지?"

피고 "가난해서요"

재판장 "그건 이유가 안 돼"

 

나는 도둑놈에게도, 배반자에게도, 살인자에게도, 사악한 자에게도, 교활한 자에게도, 당신들은 없다고 생각하는 심오한 아름다움(구멍 뚫린 아름다움)이 있음을 인정한다.

 

'분명 난 그런 인간이야.' 그러나 적어도 난 내가 그런 놈이라는 것을 자각은 하고 있다. 그러한 자각은 부끄러움을 물리치게 해주며, 다른 사람들이 잘 인식할 수 없는 아주 독특한 감정이다. 그것이 바로 자존심이다.

 

그들이 남긴 밥찌꺼기와 그들의 연민 혹은 경멸이 뒤섞여 있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수프는 목구멍을 넘어가면서 돌처럼 굳어졌다.

 

나는 글쓰기를 통해서 내가 추구하고 있던 바를 얻었다. 나에게 가르침을 주고 내 삶을 이끌어 온 것은 나의 체험이 아니라 그 체험을 이야기하는 태도였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행위가 완성될 때까지 그것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 그것의 출발점이 무엇이었든 그 끝은 아름다워야 한다. 어떤 행동이 추잡하게 보이는 것은 그것이 아직 완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성은 법정의 기능이 정지될 때 비로소 존재할 것이다. 이를테면 재판관과 재판을 받는 자가 서로 결합할 때 발생한다.

 

아름다움이란 마음의 상처 이외의 그 어디에도 연유하지 않는다.

 

3. 소감

번역자의 작품해설에 따르면 '독자들은 이 책에서 어떤 교훈을 찾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소설을 읽는 내내 불편하였다. 민음사 발간 세계문학전집 184번째 작품이다.

 

                  2015. 8. 9.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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