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괄
여러 인문학자들이 쓴 <인문학 명강>을 읽었다. 재단법인 플라톤아카데미가 연세대학교 학술정보원과 함께 '동양고전 2012년을 말하다'를 주제로 인문학 강연을 하였고, 그 요지를 담아 이 책을 만들었다. 강신주, 고미숙, 김영수를 비롯한 15인의 인문학자가 참여하였다.
2. 발췌
스웨덴의 한 회사가 개발한 휴대용 정수기는 웬만큼 오염된 물이라도 바로 마실 수 있게 해줍니다. 가격도 싼 편입니다. 이런 게 바로 적정기술입니다.
꽃 심은 사람들 꽃구경할 줄만 알지
화사한 잎 퍼짐은 모른다네
한 차례 장맛비 그친 뒤에
가느다란 가지마다 연노랑 새싹 돋움은 정말로 예쁘다네(정약용 '지각절구')
오직 선비의 청렴은 여자의 정조와 같다. 털끝 하나라도 더러워지면 죽을 때까지 결점이 된다(정약용)
관이 현명해지지 않는 까닭은 민이 제 몸을 꾀하는 데만 재간을 부리고 관에게 항의하지 않기 때문이다(정약용)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다. 또 생각을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게 된다" 배움이라고 하는 것은 경전에 나온 것을 익히면서 진실되게 그것을 실천하는 것을 말한다(이황)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없다고 해서 불행해지는 일은 없다. 그러나 자기 마음의 움직임을 보지 못하는 자는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격몽요결 제2장 革舊習에서 율곡은 익숙한 일상의 혁명을 적고 있습니다. 그는 우선 남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두려워말라고 다독입니다.
윌 듀랜트는 "진리는 오래된 것이다. 다만 오류만이 새롭다"라고 말했습니다. 오류를 진리로 착각하지 말고 오래된 진리에 귀를 기울이고 적극적인 연습과 훈련을 해 나가길 바랍니다.
메추라기와 달리 대붕은 현실 세계로부터 비약하여 이 세계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고도를 확보하고 있는 철학자입니다. 자신의 삶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강신주)
인문학이 법학, 경제학과 같은 실용학문과 다른 놀라운 특징 중 하나는 고유명사의 학문이라는 것입니다......김수영의 시와 김춘수의 시가 다르고 니체의 철학과 장자의 철학이 다릅니다.......결국 인문학이란 궁극적으로는 자기 자신입니다. 자가 자신으로 완성하는 것. 자기 자신의 느낌, 모든 인문, 그것을 우리는 자유라고 부릅니다.(강신주)
윈스턴 처칠은 "정치를 경멸하는 국민은 경멸받을 수준의 정치밖에는 소유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사기>'화식열전' 에는 정치에도 수준이 있다며 다섯 단계의 정치 수준을 얘기합니다. "그래서 세상을 가장 잘 다스리는 정치의 방법은 자연스러움을 따르는 것이고, 그 다음은 이익을 이용하여 이끄는 것이며, 그 다음은 가르쳐 깨우치는 것이고, 그 다음은 백성을 가지런히 바로잡는 것이고, 가장 못난 정치는 (부를 놓고) 백성들과 다투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한 번 죽지만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죽음은 새털보다 가볍습니다. 이는 죽음을 사용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사기> 중에서)
이에 상앙은 "법이 안 지켜지는 것은 위에서부터 법을 어기기 때문이다"라는 의미의 法之不行自上犯之라는 말을 합니다. 오늘날 적용해도 딱 맞아떨어지는 말입니다. 이것이 <사기>가 지닌 매력입니다.
<논어>에 "人之生也直" 이라는 글귀가 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사람의 생명 본질은 올곧다는 뜻입니다.
김시습이 쓴 십현담요해는 삶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득도라든가 열반이라든가 부처의 경지로 가는 것이 아니라, 인간 속으로 들어가 슬픔의 그릇인 인간을 위해서 죽을 때까지 봉사하는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장자>에 "人之生也有涯 而知也無涯"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지생야유애는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의미입니다.....지야무애는 앎의 대상은 무한하다는 의미입니다.
연암 박지원은 "김시습과 같은 사람은 그림자를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림자를 없애기 위해서는 그늘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는 그늘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해가 줃천에 떠 있는 데로 달아나고 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김시습은 "나 자신이 매순간 똑같은 삶을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나 자신을 번역할 때마다 이름을 새롭게 짓고 있는 것이다"라고 맗했습니다. 김시습은 왜 그랬을까요? 자기 혼자만 편안하고 깨끗하게 보존하는 것만으로 삶이 충족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 공간에 남아서 현실을 비판하고 그것때문에 좌절하더라도 현실에 남아 있겠다는 겁니다.
我生이라는 시에 김시습은 자신의 묘비에 "꿈꾸다 죽은 늙은이"라 써달라고 말합니다.
<열하일기>의 핵심키워드는 유머와 역설입니다. 고전은 엄숙한 것이 아닙니다. 엄숙하고 진지해서 나를 무겁게 하는 건 진리가 아닙니다.
3. 소감
고전을 읽는 것은 옛것을 익히는 데 있지 않다. 지금의 문제를 풀고자 지혜를 빌리는 데 있다.
2013. 9. 14.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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