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인문)

인기 없는 에세이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3. 9. 8. 18:43

1. 개괄

버트런드 러셀이 쓴 <인기 없는 에세이>를 읽었다. '그는 진보에 대한 확신을 어릴 적에 이미 받아들여 청년기에 갈고 닦았고, 이후 숨을 거둘 때까지 편한 시절이든 힘든 시절이든 가리지 않고 그 믿음을 지키고자 투쟁했다. 지성을 추구할 자유, 민주주의 정치, 사법 정의, 과학의 진보, 사회 차원의 복지, 개인적 관용 등이 바로 그가 지키려 한 가치였다'고 커크 윌리스 교수는 증언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기 직전에, 15년이라는 세월동안 주제도 길이도 제각각으로 쓴 글을 모아, 출간 되어 비평가들의 찬사와 독자들의 사랑을 함께 누렸다고 한다.

 

2. 발췌

지극한 행복은 진행중인 성공에 있는 것이지 이미 이룩한 성공에 있는 것이 아니다(홉스).

 

변화와 진보는 서로 다르다. 변화는 과학이고, 진보는 윤리이다. 변화는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진보는 논쟁거리이다.

 

민주주의를 이론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유일한 철학, 따라서 정신적 기질 자체가 민주주의와 어울리는 철학은 오로지 경험론뿐이다.

 

프랑스 혁명 당시 루소의 계승자들이 그러했듯이 민주주의조차도 광신에 빠지면 자유주의적 가치를 잃고 만다.

 

자유주의적 견해의 본질은 어떠한 의견을 주장하느냐가 아니라 의견을 어떻게 주장하느냐에 있다.

 

확실성을 요구하는 것은 인간의 천성이지만 한편으로는 지적 해악이기도 하다.

 

어떤 의미에서는 교조주의와 회의주의 둘 다 완벽한 철학이다. 하나는 앎을 확신하고 다른 하나는 모름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혹시 당신의 의견과 상반된 의견 때문에 화가 난다면 이는 곧 당신이 자신의 견해에 합리적 근거가 없음을 무의식적으로 인식한다는 증거이다. 만약 2 더하기 2는 5라거나 아이슬란드는 적도에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보면 당신은 분노가 아니라 연민을 느낄 것이다.

 

공포는 미신의 산실이자 잔인성의 주요한 근원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공포를 정복하는 것은 지혜의 출발점이며, 이는 진리탐구에서 뿐만 아리라 가치 있는 인생관을 추구하고자 노력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민주주의가 국가의 전쟁능력을 약화한다는 말을 끊임없이 듣고 있지만, 사실 1700년 이후에 일어난 모든 주요한 전쟁에서 승리는 언제나 더 민주적인 진영이 차지했다. 또한 자유 토론과 다양한 견해를 용인하다가 무너진 나라보다는 편협하고 독단적인 통일성에 집착하다가 망한 나라가 훨씬 더 많다.

 

과잉보호된 무지 상태에서 태어난 미덕은 연약하기 때문에 현실과 만나는 순간 산산조각 나고 만다.

 

민주주의가 지속되도록 하기 위해 교사가 학생들에게 힘써 가르쳐야 할 가치는 무엇보다도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되는 관용이다.

 

모든 체제는 숨구멍과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에는 인간이 지닌 가장 훌륭한 것들을 모조리 무너뜨리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끼치는 가장 거대한 해악은 대개 실제로는 그릇된 것인 믿음을 지나치게 확신하는 데서 비롯된다. 진실을 알기란 대다수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힘든 일이며, 따라서 진실이 오로지 자기편의 전유물이라고 확신하고 냉혹한 결정에 따라 행동하다 보면 재앙을 불러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자는 다수가 늘 현명한 결정을 내린다고 믿을 필요가 없다. 그가 믿어야 하는 것은 다수결에 따른 결정이 현명하든 우매하든 간에 과반수가 다른 결정을 내릴 때까지는 그 결정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신념이다.

 

3. 소감

저자는 20세기 최고의 지성,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이라 불린다. 삶의 많은 부분을 반전과 반핵, 평화운동에 바쳤고 그 때문에 1918년 몇개월 옥살이를 하였다. 그의 조부가 두 차례나 영국 수상을 역임한 것도 눈에 띈다. 버트런드 러셀의 책을 여러 권 읽은 이유는 논리적이고 유익하고 위트와 유머를 갖춘 그의 문장 때문이다. 

 

                  2013. 9. 8.부산에서 자작나무

 

 


 

'독서일기(인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문학 명강을 읽고  (0) 2014.03.22
인문학명강을 읽고  (0) 2013.09.14
순수이성비판 1을 읽고  (0) 2013.08.19
답성호원을 읽고  (0) 2013.07.30
일침을 읽고  (0) 2013.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