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심리)

당신으로 충분하다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3. 7. 16. 19:03

1. 개괄

정혜신의 <당신으로 충분하다>를 읽었다. 저자는 정신과 의사로서 노동자와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마음의 고통을 치유하는 과정을 함께 한 적이 있다. 이 책은 출판사에서 모집하고 심리검사를 시행하여 선정한 4명의 사람들과 함께 6회에 걸쳐 집단상담을 한 기록이다.

 

2. 발췌

심리상담 현장에서 유일무이한 단 한 가지 규칙은 자유연상이다.

 

나와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 분명하고 깊은 깨달음이 없는 상태에서 급전 당겨쓰듯 강구한 해결책들은 긍극엔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마음의 법칙 중 중요한 화두 하나는,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면, 다시 말해 정당한 불편함을 회피하면 더 큰 심리적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이다.

 

그 기억과 감정을 떠올리면 상처받은 그 당시의 내가 이해받고 공감받고 위로받는 과정을 거치면서 비로소 내 상처의 본질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되지요.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면서 '상처받은 자신'을 순하게 감싸 안을 수 있게 되는 것. 그것을 정서적 깨달음이라고 해요.

 

정서적인 불편함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지적으로 전환해서 생각하는 것. 불편한 느낌이나 감정이 잘 감당되지 않을 때 느낌보다 생각과 판단으로 상황을 이해하고 정리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 이것이 주지화라는 심리방어기제이다.

 

'남들이 나를 이러이러하게 볼 것'이라는 지혜의 시각은 사실 자기가 자기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나-남 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의 근원은 나-나 간의 관계에서, '나'가 바라보는 '나'에 대한 왜곡된 시각에서 시작된다. 

 

사람이 자신의 속마음을 얘기할 때 갖는 원형적인 욕구는 자신의 말이 상대에게 잘 스며들고 흡수되어 충분히 공감을 받았다는 느낌 그 자체이다. 고통스러운 내 감정이 타인에게 공감을 받았다는 것은, 내 감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 내가 그런 감정을 가져도 괜찮다는 것을 확인받는 행위와 같은 것이다. 그것으로 인해 사람은 깊은 위로와 함께 근원적인 안정감을 얻게 된다.

 

집단 상담을 통하 치유적 요소 중 첫 번째는 보편성이다. 쉽게 말하면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하는 깨달음이다.

 

치유란, 맺히고 억울한 감정을 가진 사람이 자기 감정을 내놓고 이해받고 공감받는 '과정' 그 자체다. 그 과정이 없으면 치유는 일어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5백 원짜리 동전 그림을 그리라고 하면 가난한 집 아이들은 부잣집 아이들보다 동전을 더 크게 그린다는 심리학 실험이 있다. 결핍이 클수록 그것의 실체에 대한 인식이 과장되어 나타난다는 뜻이다.

 

충동적, 우발적인 행동은 오랫동안 내 감정이 공감받지 못하고 이해받지 못하는 등 결핍이 있을 때 나타나기 때문이다. 정서적 공감과 지지는 충동적, 돌발적 행동을 포기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어쩔 수 없는 한계에 대한 자각과 인정 이후에 따라오는 것은 우울이다. 오랫동안 갈망하던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걸 받아들이면 맥이 풀리고 무력감이 들고 우울해진다. 당연하다. 이 때의 우울은 치유의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

 

나와 내 상황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가지고 볼 수 있다면 그 거리가 주는 핵심 미덕은 연민이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내가 노력할 것이 별로 없구나. 노력할 필요가 별로 없구나. 나 자체로도 괜찮구나'라는 걸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가 된다면 그건 치유의 마지막 단계에 가깝다.

 

3. 소감

집단상담에 참여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상황은 가족관계에서 상처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가족관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는 반면 큰 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3. 7. 16.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