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실무

막말을 자제하는 법

자작나무의숲 2013. 6. 24. 12:38

 

이른바 막말을 자제하는 법

‘막말’이 오가는 법정이 아름다운 모습은 아닐 것입니다. 제 경험이나 다른 사람의 경험을 종합하면, 막말을 하는 경우 대개 말하는 사람이 화가 나 있을 때입니다. 따라서 막말을 자제하려면 화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첫 번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연히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가 쓴 <화에 대하여>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세네카가 2000년 전에 이 책을 쓴 것을 보면 화에 대한 대책은 인류의 오랜 숙제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책 내용에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고 그 일부를 실천해봤습니다. 그 이후 4주째 재판을 진행했는데, 법정에서 단 한 번도 화를 내지 않았습니다. 작년에 같은 재판부를 구성했던 ㅈ, ㄱ 판사님과 올해 같은 재판부를 구성하고 있는 ㅇ, ㄱ 판사님께 확인해보시면 여러분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사설이 길었습니다.

세네카에 따르면 (1) ‘화에 대한 최고의 대책은 그것을 늦추는 것이다. 처음부터 용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심사숙고하기 위해 화의 유예를 요구하라’입니다. 화가 나면 화를 이기기는 힘들므로 화가 나기 전에 화를 늦추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치에 닿지 않는 말을 하는 당사자가 있다고 할 때 재판장이 이를 반박하면 당사자는 변명할 테고 그 순간 재판장은 엄청나게 화가 날 것입니다. 그러니 재판장이 당사자가 억지 소리를 하더라도 처음부터 반박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억지 소리를 하는 소송관계인에게 유머를 함으로써 상황을 반전시키라는 것입니다. 링컨 대통령이 ‘두 얼굴을 가졌다’는 비난을 받자 ‘두 얼굴이 있다면 이 얼굴을 내 놓겠습니까’라고 반박했듯이 말입니다.

(2) 화에 대한 두 번째 대책은 “화가 났을 때는 우리 자신의 얼굴을 거울로 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의 모습이 그렇게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데에 큰 충격을 받는다.” 입니다. 저도 우연히 화가 난 제 모습을 거울로 본 적이 있는데 흉측했습니다. 저는 배석판사님들께 간혹 ‘ 제가 법정에서 화를 내면 저의 법복 소매를 당기라’고 합니다.

물론 이런 방법으로 화를 다 다스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저 누구보다도 순수하고 성실한 사법부 구성원들이 국민들로부터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힘든 때일수록 서로 고쳐주고 격려하자는 뜻에서 부족한 이 글을 올렸으니 양해를 바랍니다.

                       2013. 3. 28. 법원게시판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