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괄
유홍준 교수가 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을 읽었다. 저자는 문화재청장을 역임하였고 현재 명지대학교 미술사학과 교수다. 이 책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 중 7편으로 제주도를 다루고 있다. 답사 대상은 다랑쉬오름, 대정 추사유배지, 영실, 관덕정 등이다.
2. 발췌
제주도는 바람, 돌, 여자가 많아 삼다도라 하고 도둑, 거지, 대문이 없다고 해서 삼무를 말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제주에는 삼보가 따로 있다. 그것은 자연, 민속, 언어이다.
전쟁과 희생을 기린 유적지와 기념비는 세계 어느 나라에나 있다. 그중 현대건축사에서 명작으로 꼽히는 것을 보면 우리 식의 '뽈대'는 거의 없다.
오름은 제주의 빼놓을 수 없는 표정이자 제주인의 삶이 녹아 있는 곳이라.
용눈이오름에서 불과 이십 분 거리에 있는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은 고 김영갑 선생만큼이나 소중한 제주의 자산이다.
구상나무는 소나무과에 속하는 상록교목으로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제주도 지리산 덕유산 무등산에서만 자생하고 있다....구상나무의 학명은 Abies koreana이다.
늦봄, 진달래꽃 진분홍 바다의 넘실거림에 묻혀 앉으면 그만 미쳐 버리고 싶어진다(김종철의 <오름나그네> 중)
국립박물관 무료입장은 이명박정부가 인수위 시절부터 내린 조치다... 그러나 이로 인해 전국의 500여 박물관들은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더욱이 청소년의 경우도 단돈 1천 원을 내고 들어올 때하고 무료로 들어올 때는 관람하는 태도가 다르다. 그건 돈의 힘이고 굴레이다...내 맘대로 한다면 국립중앙박물관 입장료는 5천 원으로 하고 매주 수요일은 무료로 밤늦게까지 오픈하겠다.
예술적 안목을 기르는 방법은 좋은 작품을 많이 보는 것이 첫째이고, 둘째는 비슷한 작품을 면밀히 비교하면서 상대적인 가치를 따져보는 것이다.
현대 도시로의 탈바꿈이야 어쩔 수 없는 시대의 추세이고 시청 도청이 모두 새 청사로 이전하게 된 사정을 무어라 탓할 수 없는 일이지만 시청 도청의 건물만 생각했지 도시의 중심이 될 광장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니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지금 제주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을 때 어디로 모이는지 모르겠다.
관이 민에게 강제하면 생명 없는 관제 작품이 되지만 민이 요구하는 것을 관이 받아들이면 명작이 나온다.
그리스 소피스트들 사이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형이 무엇이냐는 논쟁이 벌어졌는데 한 사람이 '타원형이다'라고 주장하자 모두들 거기에 승복하고 말았다고 한다. 왜냐하면 타원형에는 '다양의 통일'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스페르베르흐를 재현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그 크기가 원래의 80%라는 점이다. 왜 실물 크기로 하지 않았는지를 알아보았더니 예산이 그것밖에 안 되었기 때문이란다. 이것이 우리나라 행정의 현주소다.
조선시대 행형제도에서 유배형이 갖는 미덕은 결과적으로 학문과 예술에 전념할 수 있는 '강제적인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이다.....추사체는 제주도 귀양살이 9년이 낳은 것이다.
위리안치된 유배객 추사는 법적으로 탱자나무 울타리를 벗어날 수 없는 신세였다. 그러나 항시 예외는 있는 법이어서 대정현감의 배려로 마을 이곳저곳을 산책 삼아 다닐 수 있었다. 그때마다 추사는 제주인의 삶을 엿볼 수 있었고, 이채로운 제주의 풍광을 시로 읊었다.
제주에 제주마가 많이 길러졌으면 굳이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필요가 없었다. 한우가 그렇게 우수한 종자지만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지 않은 것은 더 우수한 종으로 발전하는 것을 인위적인 보호가 아니라 자연에 그대로 맡기기 위해서다.
이중섭은 어떤 대상을 그리든 자신의 감정을 실어 대상을 변형시키고 화면을 재구성하며서 감동의 폭을 극대화했다. 그리고 그 주제는 언제나 그리움이었다. 그리움의 예술가로는 김소월 같은 분이 없다. 그러나 소월의 그리움은 가져보지 못한 것에 대한 그리움이다.....그러나 이중섭의 그리움은 가졌던 행복을 잃은 데에서 비롯된 그리움이기 때문에 더욱 절박해 보인다.
3. 소감
2005년에 제주도에 간 적이 있다. 성산일출봉, 오설록, 조랑말 승마장, 한라봉농장, 여미지 식물원 등을 들렀는데, 이 책에 소개된 것은 한 군데도 못 가본 것 같다. 다음에는 이 책을 안내서로 삼아 제주도를 한번 다녀 와야 겠다. <문화유산 답사기>만 해도 7편을 포함하여 '남도답사 일번지', '산은 강을 넘지 못하고', '평양의 날은 개었습니다', '인생도처유상수'까지 총 5권을 읽은 셈이다. 마르지 않는 샘처럼 어디서 그렇게 이야기가 나오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2013. 6. 22. 부산에서 자작나무
'독서일기(인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답성호원을 읽고 (0) | 2013.07.30 |
---|---|
일침을 읽고 (0) | 2013.06.29 |
글쓰며 사는 삶을 읽고 (0) | 2013.06.02 |
왜 책을 읽는가를 읽고 (0) | 2013.05.31 |
시간의 향기를 읽고 (0) | 2013.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