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정치사회)

나는 세계로 출근한다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3. 1. 4. 21:14

1. 개괄

박은영 <나는 세계로 출근한다>를 읽었다. 선물받은 책이다. 저자는 서울지방법원 판사를 역임하였고, 뉴욕대 로스쿨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런던국제중재법원 평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국제문제 전문 변호사 이른바 국제변호사다. 이 책은 중재인, 국제문제 전문 변호사로 활동한 저자의 경험과 생각을 담고 있는데, 서구 열강의 시대, 부상하는 주역들, 한국과 새로운 길 이렇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2. 발췌

1807년 2월 23일, 영국의회는 역사상 최초로 노예무역을 폐지했다. 이것을 기념해 노예무역 폐지 200주년 되는 날 <어메이징 그레이스>라는 영화를 개봉한 것이다.  이것은 미국이 1860년 남북전쟁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국가의 산업기반이 파괴되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서 노예제를 폐지한 것보다 무려 50여 년 전의 일이다. 영국은 수십 년간의 논쟁과 토론을 거쳐 1807년 의회입법을 통해 노예무역을 폐지하고, 1833년 마침내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 중 최초로 노예제 자체를 폐지했다....이런 불가능한 일에 평생을 헌신한 사람이 위대한 정치가 윌버포스이다.

 

윌버포스의 동상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다. "영국은 그에게 삶의 방식의 개혁을, 전 세계는 그에게 노예제 폐지의 은덕을 입었다."

 

노예제 폐지의 경우에도 국가가 이로 인해 손실을 입을 농장주들에게 보상하는 법을 만들어 다수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함으로써 합의를 도출해낼 수 있었다.

 

스페인 황제는 1542년 엔코미엔다를 단계적으로 철폐한다는 법률를 공포했다.....세풀베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에서 나오는 문명인과 야만인의 이분법을 인용해 인디오가 야만인에 해당한다는 논리를 폈다......한편 라스 카사스는 유럽 기독교 국가가 원래 그들의 지배 아래 있지 않았던 이교도들을 정의의 이름으로 처벌하는 것은 자신에게 없는 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부당하다는 주장을 해 제국주의 지배의 근본적인 한계까지 지적했다.

 

룰라는 지난 우파 정부의 정책도 타당하면 수용했고, 국제사회에 IMF와 합의한 사항을 그대로 이행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해 신뢰를 얻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조건적인 복지를 약속해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게 아니라 빈자도 책임감 있게 행동하도록 유도했다. 즉 굶주림을 해소하기 위해 최소한의 생활비를 지급했지만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영화 <미션>에서 멘도자 신부는 과라니족 편에 서서 함께 싸우다 죽고, 폭력에 반대한 가브리엘 신부는 십자가를 들고 교회를 지키다 여자와 아이들과 함께 몰살당했다. 결과를 전해주는 플랜테이션 농장주가 "안됐지만 세상은 원래 그런 겁니다"라고 하자 추기경은 "아니야. 자네들이 세상을 그렇게 만든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든 거야"라며 절규한다. 

 

거리의 안전과 평화라는 가치는 공기와도 같아서 우리는 그것을 누리면서도 가치를 실감하지 못한다. 그러나 안전과 평화를 의심할 수 없을 정도로 질서가 지켜지는 나라는 지구 상에 그렇게 많지 않다.

 

한계란 자기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기 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3. 소감

국제문제 전문 변호사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본보기가 될 만한 책이다.

 

       2013. 1. 4.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