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경제경영)

눈먼 자들의 경제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1. 9. 12. 22:01

경제학자, 저널리스트, 작가 13인이 쓴 <눈먼 자들의 경제>를 읽다. '시대의 지성 13인이 탐욕의 시대를 고발한다'는 부제가 말해주듯 미국 경제의 어두운 면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책이다. 몇 구절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베어스턴스 에이스 그린버그, 항간에 떠도는 유동성 소문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일축" 몰리나로는 사무실에서 그 보도를 보았고 화가 나서 숨이 막혔다. 몰리나로는 물론 베어스턴스의 많은 사람들은 소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것 자체가 그 소문을 인정해주는 꼴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2008년 경제 불확실성을 야기한 직접적인 원인은 바로 금융 부문에 내재된 문제였다. 엄밀하게 말하면, 서브프라임 모기지라고 부르는 정체불명의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이 증가함으로써 촉발된 신용경색이었다.

 

중국 국민들은 날로 늘어나는 소득의 상당 부분을 저축했는데, 이는 최근 몇 년간 거의 저축을 하지 않는 미국인들과는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쿠퍼만은 헤지펀드가 저지른 죄악 중에 투자자들의 환매 권리를 제한한 것을 가장 악질로 꼽았다.

 

또 다른 헤지펀드 매니저에 따르면, 워렌버핏은 심판의 날이 올 것임을 족집게처럼 예견했다고 한다. "누가 벗고 수영했는지는 썰물이 되어야 비로소 알게 됩니다"

 

보너스를 요구하는 은행가들은 인정하기가 싫을지 몰라도, 대답은 분명했다. 보너스를 좀 더 장기적인 수익성과 연결시켜라.

 

1968년부터 AIG에 CEO로 재직한 그린버그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강압적인 통치자였다. 회사를 운영했다기보다는 지배했고, 그 결과 그가 없는 AIG는 선장 없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왜 그랬을까? 대답은 탐욕이었다. 탐욕이 이성을 앗아간 것이었다. 신용부도스와프 보험료 수입으로 그들은 자기들만의 보너스 잔치를 벌였고, 그 보너스의 달콤함에 길들여져서 이제는 국민의 혈세까지 손을 대는 도둑 신세로 전락했다. 속사정까지야 정확하게 몰라도, 겉은 그래 보였다.

 

소비자부채 신용부도스와프 중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비율이 95%를 차지했던 것이다......고튼은 소비자 대출 중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비율이 10%를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하나의 금융 시스템 전체가 내부자들의 무지 위에서 세워진 사상누각이었다.

 

AIGFP의 현 경영진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한 분석이나 조사가 그토록 부족했다는 사실에 크게 충격을 받았다. 그것은 미국의 주택가격이 절대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맹목적인 믿음에 대한 도박이나 다름없었다.

 

은행들이 스스로를 단속할 수 있다는 독특한 발상이었다. 자율규제는 오늘날 앨런 그리스펀도 인정하듯이, 너무나 비현실적인 개념이고 시스템적인 어떤 위험도 확인할 수 없었다.

 

문제는 기존 규제를 폐지했을 때 21세기 시장이 창조한 새로운 도전을 다루기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가장 중요한 도전은 파생상품이 야기했다.

 

각각의 실수 대부분이 하나의 단순한 사실로 귀결된다. 시장이 자기조정 기능을 발휘할 수 있고 정부의 역할은 최소한이어야 한다는 믿음이다.

 

역사의 교훈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실수는 충분히 하지 않는 것이라는 가르침입니다(폴슨)

 

드레이어는 잠재 의뢰인들이 대부분 자신의 법적 재능이 아니라 성공의 상징물을 보고 판단한다는 것을 곧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76가에 있는 복층 아파트로 이사한 다음....

 

아시겠지만 회색 선을 넘고 나면 검은 선을 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동아시아 위기에 대한 대응과 미국의 위기에 대한 대응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모른 척하려 해도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최근 몇 년간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의 투자가 세계은행과 아프리카개발은행이 투자를 합친 것보다 더 많아졌고 미국의 투자도 앞질렀다.

 

모두가 영리하다고 생각하는 어떤 사람이 무언가에 투자하면, 다른 모든 사람도 그 투자에 끼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어요. 일종의 무리본능이지요.

 

바퀴벌레 한 마리가 눈에 보이면 보이지 않는 곳에 더 많은 바퀴벌레가 숨어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폰지 사기로 150년형을 선고받은 버나드 메이도프. 그가 한 수법은 고리를 보장하여 투자금을 유치하고 그 투자금으로 제3자에게 고리를 지급하며, 이러한 금융거래를 중개한 업자에게 고액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한국에서도 몇 년 전 유행했던 지극히 단순한 사기 수법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사기 수법으로 금융사를 운영했는데 10년 이상 금융당국이 적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선진국이라고 완전 무결할 리는 없고 그들의 실수까지 우리가 되풀이 하면서 좇아갈 필요는 없지 않을까?

 

                                 2011. 9. 12. 진주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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