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탈러, 캐스 선스타인 <넛지>를 읽었다. 리처드 탈러는 행동경제학자로서 시카고대학 교수다. 캐스 선스타인은 하버드대학 교수다. 넛지(nudge)는 슬쩍 옆구리 찌르기라는 뜻이다. 이 책은 두 가지를 주장한다. 첫째 사소해 보이는 사회적 상황들이 사람들의 행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넛지는 보이지 않는 듯해도 어디에나 존재한다. 둘째 자유주의적 개입주의가 결코 모순이 되지 않는다. 선택 설계자들은 선택의 자유를 보호하는 동시에 사람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방향으로 넛지를 가할 수 있다. 다시 한번 음미해볼 만한 구절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수많은 이유로 인해 현상을 유지하거나 디폴트 옵션(지정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선택되는 옵션, 기본값)을 따르려는 강한 성향을 갖는다.
미국의 대법관 포터 스튜어트는 포르노를 정의할 수 없지만 "보면 안다"고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
사회 심리학자 솔로몬 애시는 실험을 통하여 다른 사람들이 모두 틀린 답을 내놓은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은 1/3이상이 역시 틀린 답을 내놓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 이유는 사람들의 답변에서 모종의 정보가 전달되기 때문이며, 동료들의 압력과 집단의 비난을 마주하지 않고자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작은 넛지라도 단호하게 표현할 경우에는 집단의 평가에 주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민간부문이나 공공부문에서 흔들림 없이 일관성을 지키는 사람들은 집단과 관행들을 자신이 선호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의도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자신의 답변에 행동을 일치시킬 가능성이 높아지는 현상을 단순측정효과라고 부른다......사람들에게 선거인 바로 전날에 투표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을 경우, 투표율을 무려 25%나 끌어올릴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람들에게 의향을 물음으로써 넛지를 가하는 경우, 언제 그리고 어떻게 할 계획인지 등의 구체적인 질문을 추가함으로써 그 영향력을 보강할 수 있다. 심리학자 쿠르트 레빈이 경로 요인이라고 이름 붙인 범주에 속한다.
늘 그렇듯, 진실은 양극단 사이에 자리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전적으로 선한 것도, 전적으로 악한 것도 아니다.
투자 결정이 그러하듯, 정치적 판단도 입수 가능한 최근의 사건들에 좌지우지 될 수 있다.
모든 시민들이 장기기증에 동의한다고 추정하되, 기증을 원치 않을 경우 매우 손쉽게 의사를 표명할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이다(옵트아웃 승인 추정)
선택 위임은 미국의 수많은 주에서 사용되는 운전면허등록 절차에 간단히 덧붙여서 시행할 수 있다. 즉, 운전면허증을 갱신할 때 장기기증에 관한 의사표시란에 체크 표시를 하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 표시를 하지 않으면 당신의 신청서는 수리되지 않는다.
유해화학물질 배출목록에 적힌 공개 요구는 환경에 관한 법률을 통틀어 가장 분명한 성공담일 것이다. 유해화학물질 배출목록이 완성되려면, 기업들과 개인들이 보유하고 있거나 이미 환경에 방출한 잠재 위험 화학물질의 양을 국가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이 정보는 환경보호국 웹사이트를 통해 누구나 쉽게 입수할 수 있다.
점진적 저축 증대를 본뜬 점진적 기부 증대의 기본적 개념은 사람들에게 조만간 선호하는 자선단체에 소액의 돈을 기부하기 시작하여 해마다 기부금을 조금씩 늘릴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다.
금연 희망자들은 최소 1달러를 넣고 계좌를 개설한다. 그런 다음 6개월 동안 담뱃값을 이 계좌에 입금하는 것이다. 6개월 후에 고객은 소변검사를 통해 최근에 담배를 피우지 않았음을 확인받는다. 고객이 이 검사를 통과하면 돈을 돌려받지만 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잔고는 자선단체에 기부된다.
숙고 시스템은 자동 시스템보다 더 현명할 뿐만 아니라 더 선할 수있다.....링컨이 말한 '우리의 본성 중 상대적으로 선한 천사'를 독려한다면 인간들의 삶은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아질 것이다.
건축 설계 없이는 어떤 건물도 건축될 수 없듯이 정황 혹은 맥락이 없이는 어떠한 선택도 이뤄질 수 없다. 민간부문에서든 공공부문에서든 선택 설계자들은 반드시 무언가를 해야 한다.
미국 연방대법관 루이스 브랜다이스는 '태양광은 최고의 살균제'라고 말했다. 이러한 공개정책이 적용된다면, 보수 정부든 진보 정부든 태양광을 훨씬 더 많이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사회는 불행한 사람들에 대한 보호와 솔선 및 자립에 대한 독려 사이에서, 즉 모두에게 파이를 어느 정도씩 나눠주는 것과 파이의 크기를 키우는 것 사이에서 트레이드오프를 조율하는 사회라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존 롤스가 이름붙인 '공표원칙'을 추천한다. 가장 간단한 형태의 공표 원칙은 정부가 국민들에게 공공연하게 옹호할 수 없거나 옹호할 의향이 없는 정책은 선택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정부는 디폴트 규칙을 변경하면서 그것을 비밀에 부쳐서는 안 된다.
선택이 어려울 때, 넛지를 가하는 사람들이 전문 지식을 갖췄을 때, 그리고 개인의 선호의 차이가 중요하지 않거나 쉽게 측정될 수 있을 때, 유용한 넛지의 잠재력은 더욱 커진다.
우리의 목표는 사람들이 가능한 최저 비용으로 자유 의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저자는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어리석은 선택을 방지하는 방법으로 넛지를 제시한다. 이것이 선택의 자유를 강조하는 보수주의자, 적극 개입을 강조하는 진보주의자 모두가 지지할 수 있는 '진정한 제3의 길'이라고 주장한다.
발행 1년만에 67쇄가 발행된 책인데, 읽고 나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음을 알 수 있다.
2010. 11. 27. 부산에서 자작나무
'독서일기(경제경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디퍼런트를 읽고 (0) | 2011.03.24 |
---|---|
화폐전쟁을 읽고 (0) | 2011.01.05 |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읽고 (0) | 2010.11.03 |
오리진이 되라를 읽고 (0) | 2010.10.23 |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를 읽고 (0) | 2010.09.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