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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0. 11. 9. 22:47

장정일의 독서일기 <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을 읽었다. 저자는 우선 책을 빌려 읽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그 때 가서 책을 산다고 한다. 이 책은 그런 과정을 통하여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다. 장정일의 8 번째 독서일기다. 같이 읽은 본 책도 있어 반가웠다.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은 다음과 같다.

 

일례로 스웨덴의 볼보 사에서 최초로 시작하여 볼보주의 방식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일자리 나누기'는 전체 임금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노동자의 고용을 늘이는 방식으로 젊은 실업자군을 흡수하는 형태다.

 

읽기의 방식은 삶의 방식이다(야마무라 오사무)

 

간디와 암베드카르의 출신성분은 다르지만 부당한 권력에 투쟁하는 방법은 똑같이 비폭력 수단을 개발했다. 그러나 간디는 자신의 비폭력을 반영 투쟁에 사용했고, 암베드카르는 인도 안의 식민지였던 불가촉천민을 위해 사용했다.

 

어떤 텍스트를 가장 잘 읽는 방법은 가장 높은 차원에서 읽는 것이다

 

악이란 의식적으로 행하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자신도) 알지 못하는 채로 행하는 극히 평범한 것이라는 아렌트의 논리는, 때문에 누군가 어린애 같은 마음으로 악을 행할 수 있다는 관용론을 허용하지 않는다.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해 우리나라 운동가들이 처음 선보였던 삼보일배 행진도 직접 행동이다......용어가 낯설어서 그렇지 직접행동은 소로우의 '시민불복종' 운동이나 간디의 '비폭력 저항'과 다르지 않다......직접행동의 대의를 파악하건대, 저자가 말할 필요도 없었던 직접행동의 반대말은 간접행동이고, 그것은 선거(투표)를 가리킨다.

 

선거비용을 더 많이 쓴 후보가, 더 적게 쓴 후보보다 당선될 확률이 월등히 높다(노엄 촘스키)

 

예술이든 언술이든 모든 재현은 권력이나 이해관계 없이 만들어지지 않는다(에드워드 사이드)

 

수백 편의 연구결과를 보더라도 사람들은 권력의 자리에 오르게 되면 말부터 많아지고, 자기보다 힘없는 사람들이 자기 행동을 보고 어떻게 반응할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로버트 서튼)

 

역사가의 기능은 과거를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과거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것도 아니다. 역사가의 기능은 현재를 이해하는 열쇠로서 과거를 지배하고, 이해하는 것이다(E. H. 카)

 

나는 타인이며 동시에 타인은 나다. 타인에게 가하는 비인간적인 행동은 내 안에 깃들어 있는 인간성을 말살시킨다(장지글러 <탐욕의 시대> 중에서)

 

주인공 죄르지는 아우슈비츠에 대한 일종의 도덕적 판단을 중지하는 대신 아우슈비츠라는 환경을 고스란히 받아들임으로써 인간은 어떤 환경에서도 살고자 하는 희망을 가지기 때문에 운명이나 악보다 위대하다고 말한다(임레 케르테스 <운명> 중에서)

 

사형제도가 진정으로 공포심을 자아낼 수 있으려면 인간의 본성이 달라져서 법률만큼이나 안정되고 침착한 것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인간 본성이란 없다.

 

숱한 고대 역사는, 자유를 지키려는 사람들과 그들을 노예로 만들려는 사람들의 전쟁에서, 형편없는 전력을 가진 전자(그리스)가 막강한 전력을 가진 후자(페르시아)를 번번히 이겼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인간은 자유로운 상태에서만 평등할 수 있고 형제애를 나눌 수 있으며 공동체(공화국)의 이상을 지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민들이 독재자에게 자신의 자유를 헌납하는 것은, 전쟁과 재난이 인민을 위협할 때마다 인민들이 자신의 자유를 폭군에게 내다 바치기 때문이다(에티엔느 드 라 보에티 <자발적 복종> 중에서).

 

병들어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문명 속에서 자기가 병자라는 것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간이 아웃사이더(콜린 윌슨)

 

다양한 책이 소개된다. 장정일 책 읽기 방식을 읽을 수 있다. 장정일 특유의 비판과 설명이 돋보인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소개된 책을 읽고 싶다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2010. 11. 9.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