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경제경영)

우석훈 등의 '88만 원 세대'를 읽으니

자작나무의숲 2009. 1. 23. 22:07

우석훈, 박권일의 '88만 원 세대'를 읽었다. 우석훈 박사는 '한미 FTA의 폭주를 멈춰라'는 책으로 유명한 경제학자다. 박권일님은 월간 '말'에서 기자로 일한 적이 있다. 이 책은 출간 1년 남짓 기간에 14쇄가 인쇄되었울 정도로 많은 이들에게 읽혔다. 88만 원 세대는 지금의 20대가 월 평균 88만 원의 소득을 받는다는 점에 착안하여 붙인 이름이다. 즉, 지금의 20대는 비정규직의 삶을 살게 될 것이고, 비정규직 평균 임금 월 119만 원에 20대 급여의 평균비율 74%를 곱하면 88만 원이 도출된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지금의 20대는 평생 월 88만 원에서 119만 원 사이의 소득으로 살아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20대가 처한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그 원인을 승자독식의 구조에서 찾으며 그 대안으로 인간에 대한 예의를 제시한다.

 

이 책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들이 진보한다는 것의 잣대는 이미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의 풍요에 뭔가를 더 주는 데 있지 않다. 그것은 아주 적게 가지거나 거의 못 가진 사람들에게 견딜 만큼 마련해 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프랭크린 델라노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  

 

존 스튜어트 밀은 15세 소녀들의 노동이 성인 남성에 비해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임금은 대부분 1/3 혹은 절반 수준에서 결정되는 것을 보면서  분배의 원칙이라는 사회적이며 문화적인 요소들이 개입한다고 보았다.

 

청소년 문제에 대하여 일본형은 임금을 인위적으로 높인 조금 특별한 시스템을 운용하는데, 여기에 연동시켜서 소위 '알바'의 시간당 임금을 상당히 높임으로써 청소년 문제에 대한 1차적 해법을 제시한다.....스위스나 스웨덴  같은 경우는 청소년의 일자리를 사회적 일자리와 지역 일자리는 관점에서 지자체가 직접 상당한 수준의 고용을 제공하고자 노력하는데, 도서관 사서 보조와 같은 일자리를 주당 20시간 정도의 노동강도에 맞춰서 늘려가는 것이 하나의 추세이다. 

 

도요타주의는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의 전환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지금의 20대는 전 세대가 가졌던 경제적 독립의 기회 즉, 창업의 기회가 훨씬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독점이 발생하게 되는 경우 시스템 내에서는 경쟁이 사라지게 되고, 독점가격에 의한 독점이윤이 발생하면서 시장은 담합의 의해 움직이는 전혀 다른 게임으로 전환하게 된다. 지금의 20대가 처한 사회적 조건, 그 중의 하나인 한국경제는 이러한 독과점화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이다.

 

중소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20대와 이들을 필요로 하는 기업 사이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믿음의 부재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를 풀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보증자'가 중간에 개입하는 것이다. ......대부분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이런 역할들을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모든 세대의 평균적 평생소득 즉 기대소득의 절대값이 같다고 하면 세대 간 경쟁보다는 세대 내 경쟁으로 시스템은 안정화된다.

 

포드주의 체제에서는 표준화된 공부가 사회적 자본의 역할을 할 수 있었다. 탈 포드주의 시대에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은 사회가 시켜 주는 표준화된 공부가 아니라 개별적으로 찾아가는 독서인 셈이다.

 

하버마스의 스승이기도 했던 마르쿠제의 저술 중 '1차원적 인간'은 독일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후기 자본주의가 강화되면서 어떻게 사람들이 단순해지는가를 설명해주는 탁월한 저서로 잘 알려져 있다.

 

68혁명 이후 프랑스에서 나타난 특이한 현상은 대학의 국유화가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이는 이미 대학에 진학해 있던 대학생들이 얻어낸 것이 아니고 앞으로 대학에 들어가게 될 중고등학생들이 얻어낸 것이다......전국의 대학에 대한 전면적인 국유화가 진행되고, 서열을 없애기 위해 대학의 이름을 없애면서 총장들의 추첨에 의해 각 대학마다 번호를 하나씩 가져가게 되는데, 가장 오래된 소르본은 4번을 받았고....

 

미국의 68세대는 유럽과는 달리 기업에 사회적 재분배를 만드는 기능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화를 하였다.

 

명문의 사립학교에 입학하고 싶은 사람들과 기여입학제를 결합시켜 한 블록을 만들고, 연간 50만 원 미만의 비용으로 대학을 다니고 싶은 서열이 사라진 국립대학 입학자로 또 한 블록을 만들면 대체적으로 균형이 생겨나고 

 

88만 원 세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리해고를 자유롭게 하는 대신에 정부가 노동자에 대한 재교육에 지금보다 10배 정도 더 많은 돈을 들이고 창업기금 같은 것을 지금의 10배 정도로 늘려서 경제 전체의 혁신율을 경쟁의 방식으로 높이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다. .....또 다른 방식으로는 스웨덴 볼보사에서 먼저 시행해서 소위 볼보주의 방식이라고 불렸던 일자리 나누기 방식인데, 원리는 노동자들의 전체 임금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노동자의 고용을 늘려 총고용을 높이는 방식이다.

 

다안성이란 다양성과 안정성의 합성어로서 어떤 계가 다양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갖춘 균형적 상태 또는 그런 경향성을 말한다.

 

일정 부분의 20대가 농업을 계승하게 해주어야 하는데...... 현재의 WTO 체제 내에서 가능한 것은 농업 공무원과 같은 제도를 신설해서 교육 공무원처럼 이들을 별정직으로 운용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의 경제가 현재의 경제적 불안을 딛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데에는 두가지 길이 있다. 첫 번째는 국내 경제의 불균형을 시정하면서 내수 경제의 기반을 만들고 스위스와 스웨덴 혹은 덴마크와 같이 유럽의 강소국 모델을 선택하는 길, 두 번째는 작은 제국주의 국가로 다른 나라에 대한 적극적 진출을 통해서 국내 경제의 불균형을 해외 부분에서 더 적극적으로 찾는 방법이다.

 

40대와 50대 남자가 주축이 된 한국 경제의 주도 세력이 10대를 인질로 잡고 20대를 착취하는 형국이다.

 

어떤 식으로든지 현재의 상황을 협력 게임의 형태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단절된 세대간 소통의 통로를 열어야 한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한국 자본주의가 배우는 것이 사실은 이 복잡하게 얽혀진 문제들을 푸는 첫 번째 단초이다. 그게 지금 유럽형 사회들이 갖추고 있는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이고, 아직은 어설퍼 보이지만 가까이에 있는 일본이 만들려고 하는 신뢰에 기반을 둔 자본주의다.

 

20대가 다른 세대에 비하여 실업율이 높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비정규직이 고착화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는 사실, 그 원인이 구조적이어서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 해결과정에서 부모세대의 구체적이고 물질적인 양보가 있어야 한 사실을 배울 수 있었다. 쉬운 글로 생생하게 쓰여져서 쉽게 읽히는 책이나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아니 하다. 일독을 권한다. 

 

               2009. 1. 23.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