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인물)

서경식의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을 읽다.

자작나무의숲 2008. 6. 6. 12:56

서경식의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을 읽었다. 서경식은 재일조선인으로서 도쿄케이자이 대학교 현대법학부 교수로 재직중이고 2007년 현재 성공회대학교 연구교수로 한국에 체류하고 있다. 이 책은 '20세기를 온 몸으로 살아간 49인의 초상'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20세기를 대표하는 인물 49인이 소개되어 있다. 아사히신문사에서 간행된 '20세기 천 명의 인물' 중에서 서경식 교수가 선정했던 인물들을 따로 모은 것인데, 시대에 순응하기보다 시대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런 이유로 요절한 사람들이 많다는 게 특징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20세기 인물 속에는 안네 프랑크, 살바도르 아옌데, 김지하, 박노해, 윤이상, 프리모 레비 등이 눈에 띈다.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범인만이 인내를 모른다. 위대한 인간은 기다릴 줄 안다(파블로 카잘스의 좌우명)

 

나는 인간이 인간답게 생활하는 것이야말로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인간이 자연이 준 모든 것을 누려야 한다(니콜라 사코).

 

나는 전쟁의 책임이 위대한 사람들과, 정치가, 자본가들에게만 있는 것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책임은 일반 사람들에게도 있습니다. 정말 전쟁이 싫었다면 너도나도 들고 일어나 혁명을 일으켰어야지요(안네 프랑크)

 

그것은 의료, 교육, 식량 등 모든 부문에서 이 나라 어린이들이 태어나면서부터 평등한 조건 하래 자라날 수 있는, 그런 칠레를 재건하는 일입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 사람 한 사람 각자가 지닌 창조적 능력이 타인을 거스르지 않고 만인의 더 나은 삶을 위하여 꽃을 피울 수 있는, 그런 칠레를 재건하는 일입니다(살바도르 아옌데).

 

사회주의를 향한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길을 목표로 한 칠레 인민연합의 개혁 프로그램은 당시 아옌데 실험으로 불리며 국제적 주목을 받았으며......복수정당제 개념을 포함하여 오늘날의 시점에서 보아 아옌데 실험은 사회주의 자체를 구하려는 시도였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가 나를 무죄로 하리라(카스트로, 몬카다 병영 습격으로 15년 형 선고 받은 재판에서)

 

'인간에게, 다시 말해 나 자신에게 절망하지 않기 위해서' 파농은 병원을 사직하면서 그 사직서를 이렇게 끝맺는다.

 

지금도 변함없이 무고한 자들은 죄를 의식하고, 죄 있는 자들은 자신이 무죄라고 생각한다(토드로프)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잘못은 다른 사람들의 나약함과 실수가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정당화해준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미래의 나 자신을 살리기 위해 지금의 나를 죽이는 것은, 단언컨대 절대 할 수 없습니다(카네코 후미코)

 

다년간의 마음의 고통과 눈물을 통하여 오류가 필수적이며 따라서 선이라는 것을 배웠다. 오류는 인간 발전의 통합적인 일부분이며, 사회 변화 과정의 통합적인 일부분인 것이다......비극은 인생의 한 부분이다.......죽음은 선도 아니요 악도 아니다. 죽음은 무익한 것이거나 필요한 것이거나, 둘 중 하나이다(장지락)

 

그 자신도 망명 유대인이었던 한나 아렌트는 20세기를 난민의 세기로 규정했다.

 

읽고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21세기 사람를 중에는 어떤 사람들이 사라지지 않을까?

 

         2008. 6. 6.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