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계약을 해제할 때 주의할 점

자작나무의숲 2007. 3. 31. 09:15

며칠 전 판결을 선고한 사건 중에 당연히 이겨야 할 당사자인데 계약해제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이기게 할지 지게 할지 고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아래에서 계약해제 절차에 관한 상식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1. 상대방에게 내용증명으로 이행을 독촉함이 좋습니다

민법에는 상대방이 이행하지 않는 경우라도 상대방에게 이행하도록 최고(독촉)을 하여야 하고 이에도 응하지 아니하면 계약을 해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종종 사건을 다루다보면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곧바로 계약을 해제하고 제3자와 계약을 맺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계약해제는 효력이 없고, 오히려 자신이 그 후에 제3자와 계약을 맺은 것이 애초 당사자와 한 계약을 이행할 수 없는 상태(이행불능)를 만든 것이 되어, 채무불이행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행 독촉은 내용증명우편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계약서에 서면으로 이행을 최고하도록 되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내용증명우편으로 이행을 최고하여야 한다). 소송을 해보면, 말로 한 것은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2. 자신의 의무는 이행하거나 이행을 제공하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부동산을 판 경우 상대방이 잔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점을 들어 계약을 해제하려면 그에 대응하는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거나 이행제공하여야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즉, 등기이전에 필요한 모든 서류를 상대방에게 교부하거나 등기이전에 필요한 서류를 모두 준비하고 상대방에게 가져가도록 통지를 하여야 합니다.

 

자신의 의무는 이행하거나 이행 제공하지 아니하고 상대방의 잘못만을 들어 계약을 해제할 수 없습니다.

 

3. 위약금 약정이 없으면 손해를 배상받기가 힘들다.

상대방의 잘못으로 계약을 해제한 경우라도 계약금을 당연히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위약금 약정이 있어야 합니다. 위약금 약정은 계약서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기재되어 있으면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매도인이 계약을 어길 때는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여야 하고, 매수인이 계약을 어길 때는 계약금은 몰취된다'

 

여기서 위약금 약정과 구별하여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해약금 약정입니다. 해약금이라 함은 상대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일정한 돈을 지불하고 해약할 수 있는 것인데, 이는 보통 계약서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기재되어 있으면 인정됩니다. '상대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또는 중도금 지급기일까지)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함으로써,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함으로써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 두제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상대방이 이행에 착수한 이후에 해약금 조항은 아무런 기능을 할 수 없고, 위약금 조항만이 기능한다는 점이다. 즉, 상대방의 잘못을 들어 계약을 해제할 때 계약금을 몰취하거나 계약금 상당액을 배상하라고 요구하려면 위약금 조항이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위약금 약정이 없더라도 상대방의 잘못으로 인하여 입은 손해를 증명하였을 경우 일정 범위 내에서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지만, 손해를 증명한다는게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계약금을 손해배상액으로 추정해 놓는 위약금 조항이 필요합니다.

 

4. 부동산 등기부 같은 공부는 반드시 사전에 확인을 해봐야 합니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부동산 거래를 할 경우는 부동산등기부를, 자동차를 거래하는 경우는 자동차등록원부를 꼭 확인해봐야 합니다.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하거나 법원 등기과, 등기소, 대법원홈페이지 등을 통하면 부동산등기부를 볼 수 있고, 자동차등록사업소에 가면 자동차등록원부를 볼 수 있습니다. 사전에 권리관계를 파악하고 계약을 해야만 계약해제를 둘러싼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5. 계약서를 꼼꼼히 읽어 봅니다.

계약서는 보통 시중에서 파는 양식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때도 계약서를 꼼꼼히 읽어 보아야 합니다. 계약서 조항에 불리한 조항이 있는 경우 반드시 계약서 끝 부분에 필기구로 직접 올바른 내용을 기재해 넣어야 합니다. 계약서는 그대로 두고 말로 약속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격언이 있지만, 살다보면 계약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이 때 위에 적은 몇가지 법률만 알아도 억울한 일은 덜 당하리라 생각합니다. 간혹 법정에서 '법이 이럴 수가 있습니까?' '법을 떠나 상식적으로 상대방 주장은 말이 안됩니다' 이런 말을 듣게 되는데, 부질 없는 말입니다.

법을 아는 것도 상식을 넓히고 힘을 기르는 길이라는 생각으로 사전에 법을 제대로 알고 대처하는 것만이 넋두리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특히 착한 사람들은......

 

       2007. 3. 31. 부산에서 문형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