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정치사회)

판결 너머 자유

자작나무의숲 2024. 4. 21. 11:00

1. 김영란
김영란 전 대법관님이 쓴 "판결 너머 자유"를 읽었다. 예전에 쓴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를 읽은 적도 있다.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롤스의 정치적 자유를 설명하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분석한다.

우선 롤스의 정치적 자유주의는 합당한 다원주의 사회를 표방하는 입헌민주주의하에서 그에 들어맞는 제도나 원칙, 기준이나 법칙에 적용되는 정치관을 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롤스는, 근대 민주사회란 신념체계가 통일되어 있는 사람들의 집단으로서의 공동체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합당한 다원주의 사회란 획일적인 하나의 신념체계만을 인정하는 사회가 아닌 상반되지만 합당한 신념체계들이 공존하는 사회를 말한다.

2. 중첩적 합의
롤스는, 독립해 구축된 정치적 영역에서의 근본적인 정치적 문제에 관한 공공적 합의는 각자가 지니는 포괄적 신념체계가 아니라 공적 이성에 의한 중첩적 합의에 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첩적  합의란 사람들 사이에서 기본적인 가치관이나 세계관, 진리에 대한 신념 등이 다르고, 그 때문에 사고의 논리가 달라도 결과적으로 바람직한 사회적 질서에 대해 대체로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면 일단 그 중첩된 부분에 한해 합의를 성립시킬 수 있고, 그때의 합의를 말한다.

롤스는, 법원이 공적 이성의 제도적 표본으로 기능함으로써 공적 이성에 적절하고 지속적인 영향력을 미친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롤스가 말하는 법원이 우리나라에서는 법원과 헌법재판소를 포괄한다고 본다.

롤스는, 공적 이성의 표본으로서의 역할 중 하나로 법원이 헌법을 분명하고 효과적으로 해석함으로써 근본적인 정치적 질문에 대한 권위적 판단을 내리는 것을 든다.

롤스는 자유주의를 근간으로 하면서도 자신의 정치철학을 구체화하는 근본관념의 하나로 질서정연한 사회라는 관념을 내세운다.  질서정연한 사회는 공적 정의관에 의해 효과적으로 규제되는 사회로서 서로 다른 포괄적 신념체계를 주장하는 민주시민들일지라도 정치적 정의관에서는 합의에 이르러서 사회통합의 충분하고도 가장 합당한 기반을 제공하는 사회다.

3. 소감
이 책에서는 군형법 제92조의6 위반사건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다룬다. 필자는 성적 소수자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들이 조금씩 합의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지만 중첩적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는 없고 사회의 변화를 조금씩 수용하는  단계로 보인다고 평가한다.

독자로서 소감을 보탠다면 헌법재판소가 중첩적 합의를 이루어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각국의 입법례나 헌재의 결정을 보더라도, 동성애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수용정도를 감안하더라도, 헌재가, 동성애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가혹하지 않나 정도의 중첩적 합의를 이룰 수는 없었을까?

2024. 4. 21. 서울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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