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문병란 시인
새벽에 깨어나 혼자 듣는
차이코프스키의 비창,
가늘은 현악기의 현 끝에
아리게 떨리는 알레그로
내 고독한 혼도 따라 울고 있다.
이 새벽 밖에서는
새록새록 싸락눈이 내리고
어디선가 외로운 목숨이
쓸쓸한 기침 소리로 돌아 누울 때
노래는 2악장으로 바뀌고 있다.
세상은 얼마나 차갑고 쓸쓸한가
세상은 얼마나 무섭고 고독한가
사랑하는 사람의 손길도 없이
눈 내리는 이 새벽
혼자서 듣는 차이고프스키
나도 한 마리 작은 귀또리처럼 운다.
산다는 것은 음악보다
얼마나 아프고 쓰린 울음인가
어디선가 외로운 가슴이 모로 누워간다
오, 기침 소리여
기침 소리여.
문병란 시선집 <직녀에게> 68쪽에서 인용
(문병란 시인은 직녀에게라는 시로 잘 알려져 있다.
10주기를 맞아 대표시선집이 발행되었다.
2026. 5. 2. 부산에서 자작나무)